- 23 Dec, 2025
부모님한테 '회사 어때' 물어볼 때의 거짓말
부모님한테 '회사 어때' 물어볼 때의 거짓말 한 달에 한 번 오는 전화 일요일 저녁 8시. 부모님한테 전화가 온다. 정확히 한 달에 한 번. 어머니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저녁에 전화하신다. 캘린더에도 없는데 정확하다. "여보세요, 아들." "네, 엄마." "밥은 먹었어? 회사는 어때?" 이 질문이 온다. 매달 똑같은 질문.나는 매달 똑같이 대답한다. "네, 잘 먹고 있어요. 회사도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전부 거짓말. 사실은 괜찮지 않다 어제 새벽 3시에 깼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일 PR 올려야 하는데 코드가 안 돌아간다. 테스트 케이스 3개가 빨간색이다. 고치는 법을 모른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에어컨 소리만 들렸다. 4시까지 잠이 안 왔다. 핸드폰으로 스택오버플로우 봤다. 영어라 이해 안 됐다. 5시에 겨우 잠들었다. 8시 알람에 일어났다. 출근했다. 회사 가서 선배한테 물어봤다. "저... 이 테스트 케이스가 계속 실패하는데..." 선배가 내 화면 봤다. "아 이거? mock 데이터 형식이 틀렸네. 여기 타입 정의 다시 봐." 10초 만에 해결됐다. 나는 이것 때문에 밤새 고민했다.'괜찮아'라는 말의 무게 부모님은 대전에 산다. 나는 서울에 산다. KTX로 1시간 30분. 가까운데 멀다. 부모님은 내가 서울에서 개발자로 취업한 게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우리 아들 서울서 IT 회사 다녀." 친척들한테 말씀하신다고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 IT 회사 맞다. 개발자 맞다. 근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입사 8개월 됐다. 아직도 React 헷갈린다. TypeScript는 더 헷갈린다. 선배들 회의 들으면 외계어다. "이거 Redis로 캐싱하고, pub/sub 패턴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좋네요. 그럼 Docker Compose에 Redis 컨테이너 추가하고..." 무슨 말인지 모른다. 고개만 끄덕인다. 근데 부모님한테는 말 못 한다. "회사 어때?" "네, 괜찮아요." 이 거짓말의 무게가 55kg이다. 내 몸무게만큼 무겁다. 전화할 때 보이는 것들 전화할 때 내 방을 본다. 빨래 3일치가 의자에 쌓여 있다. 컵라면 용기 2개가 책상에 있다. 어제 먹은 거다. 모니터에는 인프런 강의가 켜져 있다. "React 완벽 가이드". 진도는 15%. 노션에는 "오늘 배운 것" 페이지가 열려 있다. 마지막 작성일: 2주 전. 바닥에는 택배 상자. 알고리즘 책이다. 아직 안 뜯었다. 이게 내 일상이다. 부모님은 이걸 모른다."방은 깨끗하게 쓰고 있지?" "네, 깨끗해요." 거짓말. "밥은 잘 챙겨 먹고?" "네, 잘 먹어요." 거짓말. 오늘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 2개였다. "친구들은 자주 만나?" "네, 가끔 만나요." 반은 진짜. 한 달에 한 번 부트캠프 동기들이랑 만난다. 다들 힘들다고 한다. 말하고 싶은데 못 하는 것들 선배가 코드리뷰 남긴다. "이 부분 렌더링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useMemo 사용해보세요." useMemo가 뭔지 모른다. 구글링한다. 글 10개 읽는다. 여전히 모르겠다. 유튜브 본다. "useMemo 쉽게 이해하기". 20분짜리 영상. "쉽게"라는데 어렵다. 결국 ChatGPT한테 물어본다. "useMemo 예제 코드 보여줘." 코드 받는다. 복붙한다. 돌아간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돌아간다. PR 다시 올린다. "수정했습니다." 선배가 approve 누른다. 나는 여전히 useMemo를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한테 할 수 없다. "엄마, 나 회사에서 매일 모르는 거 투성이야. 선배들 말 하나도 이해 못 해. 코드 복붙해서 넘어가. 3개월 뒤 수습 평가 떨어질까 봐 무서워." 이렇게 말하면 어머니는 걱정하신다. "그럼 그만둘래? 집으로 올래?" 그건 더 싫다. 그래서 거짓말한다. "회사 괜찮아요. 잘 하고 있어요." 거짓말하는 이유 부모님은 내가 부트캠프 다닐 때 600만원 보내주셨다. "공부 열심히 해. 좋은 회사 들어가." 나는 6개월 동안 공부했다. 매일 12시간씩. 취업했다. 중소기업. 연봉 3400만원. 적지만 취업이 어디냐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좋아하셨다. "우리 아들 대단하다. 개발자 됐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속였다. "네, 회사 좋아요." 사실은 첫 출근 날부터 겁났다. 선배가 "Git 쓸 줄 알지?" 물었다. "네." 대답했다. 사실 Git Bash랑 GitHub Desktop 차이도 몰랐다. "그럼 이 브랜치에서 작업해." 브랜치가 뭔지 몰라서 유튜브 봤다. 화장실에서. 이런 걸 부모님한테 말하면 실망하실 것 같다. 600만원이 아깝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괜찮다고 말한다. 전화 끊고 나면 통화는 10분 정도 한다. "그래, 건강 챙기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네, 엄마도요." "응. 끊는다." "네." 전화 끊는다. 방은 조용해진다. 노트북만 웅웅거린다. 팬 소리. 나는 침대에 눕는다. 천장을 본다. '괜찮아'라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내일 회의가 있다. 진행상황 공유. 준비 안 됐다. 모레 코드리뷰. 떨린다. 다음 주 배포. 내가 짠 코드가 에러 안 나면 좋겠다. 다다음 주 월급날. 월세 나가면 120만원 남는다. 교통비 빼면 100만원. 식비 빼면 70만원. 저축? 못 한다. 부모님은 이걸 모른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말했으니까. 언젠가는 말할 수 있을까 부트캠프 동기 중에 한 명이 퇴사했다. "못 버티겠더라. 매일 혼나고, 매일 모르겠고." 우리는 그 친구를 위로했다. "괜찮아. 다른 회사 찾으면 돼." 근데 속으로는 생각했다. '나도 곧 저럴 것 같은데.' 아직 8개월. 아직 신입. 아직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매일 불안하다. 언제쯤 '괜찮아'가 진짜가 될까. 언제쯤 부모님한테 거짓말 안 해도 될까. 언제쯤 코드리뷰 받을 때 손 안 떨릴까. 언제쯤 회의에서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버틴다 내일도 출근한다. 9시 10분에 도착한다. 10분 늦는 게 습관이다. 슬랙 확인한다. 멘션 3개. 심장 뛴다. 모니터 켠다. VS Code 켠다. 어제 못 끝낸 작업 이어한다. 모르는 거 나오면 구글링한다. 유튜브 본다. ChatGPT한테 물어본다.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 오후에 회의. 고개 끄덕인다. 퇴근은 7시. 야근 아니래. 집 와서 강의 본다. 10분 듣고 잔다. 이게 내 일상이다. 힘들다. 근데 버틴다. 다음 달 첫째 주 일요일에 또 전화 올 거다. "회사 어때?" 나는 또 대답할 거다. "괜찮아요." 거짓말. 근데 언젠가는 진짜가 될 거다.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버틴다.오늘도 거짓말했다. 미안해, 엄마.
- 22 Dec, 2025
주말에 포트폴리오 정리해야지, 하고 게임하는 이유
주말에 포트폴리오 정리해야지, 하고 게임하는 이유 금요일 저녁의 다짐 금요일 퇴근길이다. 지하철에서 폰 보다가 링크드인 알림 떴다.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주니어 개발자를 찾습니다." 클릭했다. 자격 요건 봤다.React 실무 2년 이상 TypeScript 능숙 포트폴리오 필수실무 2년은 아니지만 8개월이면... 아니지. 그래도 포트폴리오는 있으니까. 그런데 내 깃허브 들어가 봤다. 마지막 커밋이 4개월 전이다. "이번 주말엔 진짜 정리해야지." 집 도착했다. 노트북 켰다. 깃허브 들어갔다. README 파일 열었다. "# My Portfolio"라고만 써있다. 닫았다. "내일부터 할래."토요일 아침의 각오 11시에 일어났다. 평일엔 7시 반에 일어나는데 주말은 다르다. 몸이 알아서 더 잔다. 핸드폰 봤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메시지 왔다. "너네 이직 준비해?" "ㅇㅇ 포폴 정리 중" "나도 주말에 해야됨" 거짓말이다. 다들 안 한다는 거 안다. 나도 그렇게 답장 보냈다. "나도 오늘 할 거임" 샤워했다. 커피 내렸다.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 켰다. 브라우저 열었다. 깃허브 들어갔다. 그런데 유튜브 탭이 하나 떠있다. "리액트 성능 최적화 10분 정리". 어제 보다 만 거다. 일단 이것부터 봐야지. 10분이면 되니까. 24분 봤다. 알고리즘이 추천 영상 띄웠다. "주니어 개발자 면접 후기". 이것도 봐야 할 것 같다. 면접 준비도 해야 하니까. 38분 더 봤다. 시계 봤다. 12시 40분이다. 점심 먹어야겠다. 배달 앱 켰다. 치킨은 아까워. 피자는 더 아까워. 편의점 갔다. 컵라면이랑 삼각김밥 샀다. 2,800원 절약했다. 집 와서 먹으면서 유튜브 또 켰다.오후 2시의 딜레마 포폴 정리 시작했다. 진짜로. README 파일 열었다. 뭘 써야 하지. 검색했다. "개발자 포트폴리오 README 작성법". 블로그 10개 열었다. 다들 다르게 말한다. "간단하게 쓰세요" "프로젝트 상세히 설명하세요" "기술스택 뱃지 넣으세요" "GIF로 시연 영상 넣으세요" 머리 아프다. 일단 기술스택부터 쓸까. "## SkillsReact JavaScript ..."TypeScript도 쓸까. 쓰긴 쓰는데 any 남발하니까. 근데 요즘 TypeScript 안 쓰면 안 뽑아준대. 쓰자. "- TypeScript" 추가했다. 그 다음은 프로젝트 설명이다. 부트캠프 때 만든 거 3개. 회사에서 한 거는 못 올린다. 비밀유지서약서 썼으니까. 첫 번째 프로젝트 제목 썼다. "### 중고거래 플랫폼". 그 다음은 설명인데.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이건 너무 성의없다. "사용자가 물건을 등록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이것도 별로다. 검색했다. "개발자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설명 예시". 또 블로그 읽었다. 30분 지났다. 아직 세 줄 썼다. 집중이 안 된다. 핸드폰 봤다. 알림 없다. 다시 노트북 봤다. 커서 깜빡인다. 손이 Alt+Tab 눌렀다. 스팀 켰다. "잠깐만 30분만 하자."게임 시작의 정당화 게임 켰다. "30분만"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게임은 그렇게 안 된다. "한 판만 더"가 시작된다. 첫 판 졌다. 팀 운이 나빴다. 두 번째 판 이겼다. 기분 좋다. 세 번째 판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정당화가 시작된다. "포폴은 저녁에 해도 되지." "어차피 오늘 다 못 끝내." "내일도 있어." "지금 스트레스 풀어야 저녁에 집중되지." 다 거짓말이다. 나도 안다. 근데 손은 계속 움직인다. 마우스 클릭. 키보드 타이핑. "ㅋㅋㅋ" 채팅 친다. 게임에선 말이 많아진다. 시계 안 본다. 보면 죄책감 느껴서. 핸드폰 진동 왔다. 엄마다. "밥 먹었니?" 답장 보냈다. "네 먹었어요." 게임 계속한다. 5시가 됐다. 배고프다. 라면 끓였다. 먹으면서 게임 영상 봤다. 유튜버는 나보다 잘한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게임 다시 켰다. 이제 7시다. 저녁의 자책감 8시 반이다. 게임 껐다. 눈 아프다. 허리 아프다. 노트북 화면 봤다. 아직 깃허브 켜져있다. 아까 쓴 세 줄 그대로다. 죄책감 온다. "오늘 뭐 한 거지." 계산해봤다. 게임 5시간 반. 유튜브 1시간. 포폴 작업 10분. "내일은 진짜 해야지." 근데 오늘도 그렇게 말했다. 지난주도 그랬다. 지지난주도. 깃허브 프로필 봤다. 초록색 잔디 없다. 4개월째 없다. 다른 동기들 깃허브 들어가 봤다. 걔네도 없다. 위안된다. 근데 위안되면 안 되는데. 링크드인 다시 켰다. 아까 그 공고 또 봤다. "포트폴리오 필수". 저장했다. "내일 지원할 거야." 거짓말이다. 샤워했다. 침대 누웠다. 핸드폰 봤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띄웠다. "개발자 이직 성공 후기". 봤다. 20분 봤다. "나도 저렇게 될까?" 모르겠다. 불 껐다. 눈 감았다. 내일 생각했다. "일요일엔 진짜 해야지." 잠들었다. 일요일의 반복 11시 반에 일어났다. 토요일보다 30분 늦다. 핸드폰 봤다. 회사 선배가 단톡방에 글 올렸다. "다들 주말 잘 보내?" 답장 안 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씻었다. 커피 내렸다. 책상 앉았다. 노트북 켰다. 어제랑 똑같다. 근데 오늘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진짜 할 거야." 깃허브 열었다. 어제 쓴 거 읽었다. 고칠 거 없다. 계속 써야 하는데. 유튜브 탭 눈에 들어왔다. "리액트 Hook 완벽 정리". 이거 봐야 할 것 같다. 면접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 "10분만 보고 할게." 1시간 봤다. 배고프다. 편의점 갔다. 또 삼각김밥이랑 컵라면 샀다. 먹으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포폴 안 되겠다." "대신 강의라도 봤으니까." "공부도 중요하니까." "내일 월요일이니까 다음 주말에 하지." 합리화 완료됐다. 게임 켰다. "스트레스 풀고 내일 출근해야지." 6시까지 했다. 저녁 먹었다. 또 게임했다. 9시 됐다. 내일 생각하니까 우울하다. "월요일이다." "또 회사다." "포폴 결국 못 했다." 침대 누웠다. 핸드폰 봤다. 링크드인 알림 떴다. "지원 마감 3일 전". 아까 그 공고다. 저장 취소했다. "어차피 못 넣어." 불 껐다. 왜 이러는 걸까 이유 안다. 사실. 포폴 정리가 무섭다. 정리하면 내 실력이 보인다. 프로젝트 3개밖에 없다는 것도. 코드 별로 안 이쁘다는 것도. 설명할 게 없다는 것도. 다 보인다. 게임은 다르다. 게임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져도 "팀 운이 나빴어"라고 하면 된다. 내 실력이 아니라는 핑계 댈 수 있다. 근데 포폴은 그게 안 된다. 내 실력이 그대로 나온다. 그게 무섭다. 그리고 피곤하다. 평일에 회사에서 코드 짠다. 에러 고친다. 선배한테 혼난다. 퇴근하면 기운 없다. 주말까지 코드 보기 싫다. 노트북 켜기 싫다. 개발 관련된 거 다 싫다. 게임은 쉽다. 버튼만 누르면 된다. 머리 안 써도 된다. 그냥 재미있다. 포폴은 어렵다. 뭘 써야 할지 모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시작하면 끝이 안 보인다. 그래서 게임한다. 간단하다. 그래도 월요일 출근했다. 팀장님이 말했다. "다들 주말 잘 보냈어?" "네." 대답했다. 거짓말이다. 점심시간에 편의점 갔다. 삼각김밥 사면서 생각했다. "이번 주말엔 진짜 해야지." 또 똑같은 말이다. 근데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하루 버티면 된다. 내일 생각은 내일 하면 된다. 지금은 밥 먹는다. 삼각김밥 맛있다.결국 또 다음 주말에 "이번엔 진짜"라고 말하겠지.
- 21 Dec, 2025
서울 원룸 월세 55만원과 개발자의 삶
서울 원룸 월세 55만원과 개발자의 삶 7평짜리 내 전부 월세 55만원. 관리비 8만원. 합치면 63만원이다. 연봉 3400에서 세금 떼면 실수령 280 정도. 22%가 집세다. 원룸이라고 했지만 사실 오피스텔이다. 7평. 침대 놓고, 책상 놓으면 끝이다. 화장실 문 열면 무릎이 변기에 닿는다. 창문은 하나. 서쪽이라 오후만 해가 든다. 맞은편 건물이 3미터 앞이다. 커튼 안 치면 눈 마주친다.여기가 내 전부다. 출근 준비하고, 퇴근하고, 자고, 일어나는 곳. 가끔 이 방이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좁고, 답답하고, 햇빛도 잘 안 든다. 퇴근 후 책상 앞 퇴근하면 7시 반. 씻고 밥 먹으면 8시 반이다. 편의점 도시락 전자레인지 3분. 설거지는 없다. 책상에 앉는다. 듀얼 모니터가 켜진다. 왼쪽에 인프런 강의. 오른쪽에 VS Code. 오늘은 '클린 코드' 강의를 들어야지. 10분 지나면 눈이 감긴다.강의 화면이 그대로다. 진도는 3분 10초. 내일 보자. 내일은 집중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간다. 결제한 강의만 17개다. 선배가 말했다. "퇴근 후 2시간씩 공부하면 1년 뒤 달라져." 나는 2시간을 앉아있지도 못한다. 회사에서 8시간 코딩하고 오면 모니터가 싫다. 주말의 계획과 현실 금요일 저녁. 다짐한다. "이번 주말엔 포트폴리오 정리한다. 블로그도 쓴다." 토요일 아침 10시. 눈을 뜬다. 일단 침대에서 유튜브 본다. 30분만. 1시간 지났다. 점심 먹는다. 편의점 컵라면. "밥 먹고 바로 시작하자." 오후 2시. 책상에 앉는다. 노션을 연다. "포트폴리오 구성" 페이지를 만든다.프로젝트 1: 투두리스트 프로젝트 2: 날씨 앱 프로젝트 3: ...뭘 써야 하지?생각하다가 유튜브를 켠다.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 검색. 영상을 본다. 30분짜리. "오 이렇게 하면 되겠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저녁 6시다. 치킨을 시킨다. 맥주도 한 캔. 저녁 8시. 배가 부르다. 침대에 눕는다. "소화되면 하자." 일요일 저녁 9시. 아무것도 안 했다. 게임만 6시간 했다. 롤 티어는 올랐다. 월요일 아침의 자책 월요일 7시 반. 알람이 울린다. 또 일주일이 시작된다. 주말에 뭐 했지? 아무것도 안 했다. 포트폴리오는? 안 했다. 블로그는? 안 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한다. "나 이러다가 평생 이렇게 사는 거 아냐?" 옆에 앉은 사람도 개발자 같다. 맥북을 보고 있다. 화면에 깃허브가 보인다. 커밋이 초록색으로 빼곡하다. 나는 이번 주말에 커밋 0개다. 회사에 도착한다. 슬랙을 연다. 선배가 올린 글이 보인다. "주말에 토이프로젝트 배포했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나는 주말에 롤만 했다. 이 좁은 방과 내 인생 퇴근하고 원룸 문을 연다. 7평. 똑같다. 어제랑 똑같다. 침대. 책상. 모니터. 창문. 맞은편 건물의 불빛들. 이 방에서 나는 뭘 하고 있나? 일하러 가기 위해 자고 일어나는 곳. 그게 다인가? 선배들 말이 맞다. 퇴근 후가 진짜 실력 차이를 만든다고. 1년 차와 3년 차의 차이는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집에서 얼마나 했냐의 차이라고. 근데 나는 못 하겠다. 회사에서 8시간 코딩하고 오면 진짜 모니터 보기 싫다. 그냥 멍 때리고 싶다. 게으른 걸까? 의지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이게 정상인 걸까? 모르겠다. 그냥 피곤하다. 55만원의 의미 월세 55만원.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내는 첫 월세다. 적은 돈은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 55개 값이다. 치킨 22마리 값이다. 근데 이게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서울에서. 회사에서 30분 거리에서. 보증금 500만원으로. 더 싼 곳도 봤다. 40만원짜리 고시원. 창문이 없었다. 침대만 있었다.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거기서는 못 살겠더라. 역세권 원룸은 70만원이었다. 못 낸다. 그래서 여기다. 역에서 도보 15분. 오르막길. 이 방이 내 연봉을 말해준다. 3400만원의 삶이 이런 거다. 7평짜리 방에서 혼자 밥 먹고. 침대에 누워 강의 보다 자고. 주말엔 게임하다 자책하고. 그래도 내 방 근데 가끔은 좋다. 금요일 저녁에 치킨 시켜서 혼자 먹을 때. 창문 열고 밤바람 쐴 때. 아무도 안 보는데 코딩 공부 30분 했을 때. 이 방은 좁지만 내 공간이다. 누가 뭐라 안 한다. 청소 안 해도 혼나지 않는다. 밤새 게임해도 뭐라 안 한다. 부모님 집에 있을 때는 눈치 봤다. "너 방에서 뭐 하니?" "공부 좀 해라." "게임만 하냐?" 여기선 그런 말 없다. 그냥 내 마음대로다. 좁아도. 책상 앞에 앉아서 창밖을 본다. 맞은편 건물에도 불이 켜져 있다. 저 방에도 누군가 산다. 저 사람도 나처럼 월세 내고, 출퇴근하고, 피곤할까? 서울에는 이런 방이 몇 개나 될까? 좁은 원룸에서 혼자 사는 20대가 몇 명이나 될까? 다들 비슷하게 사나? 변하지 않는 일상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출근. 점심. 퇴근. 편의점. 침대. 반복이다. 계속 반복이다. 가끔 친구한테 전화가 온다. 대학 친구. "요즘 어때?" "응 그냥. 출퇴근 반복이지." "주말에 만날래?" "음... 다음에." 귀찮다. 나가기 귀찮다. 옷 입고 머리 감고 약속 장소까지 가는 게 귀찮다. 그냥 방에 있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 이게 번아웃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걸까? 사회초년생은 다 이런가? 선배한테 물어봤다. 조심스럽게. "형은... 퇴근하고 뭐 해요?" "운동하지. 헬스장 다녀." "매일요?" "응 거의.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 나는 운동할 기력도 없다. 회사에서 앉아만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집도 직장도 내 인생 어느 날 깨달았다. 이 원룸이 내 인생이구나. 좁다. 답답하다. 햇빛도 잘 안 든다. 근데 이게 현재 내가 가진 전부다. 회사도 비슷하다. 중소기업. 연봉 3400. 수습 기간. 일은 어렵고 모르는 건 많고 혼나는 건 무섭다. 근데 이게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6개월 부트캠프 나와서 취업할 수 있는 곳. 서류 20곳 넣고 면접 3곳 보고 붙은 곳. 더 좋은 회사? 나를 안 뽑았다. 더 좋은 집? 돈이 없다. 그래서 여기다. 이 원룸이고 이 회사다. 불만은 있다. 많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좁은 방에서 오늘도 모니터를 켠다. 내일은 강의 20분 볼 수 있을까?
- 16 Dec, 2025
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월급날 오늘 월급 들어왔다. 2,833,333원에서 세금 떼고 실수령액 242만원. 통장 보는데 이상하게 울컥했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부트캠프 6개월 동안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알바로 근근이 버티고, 면접 20군데 떨어지고. 그래도 이게 내 월급이다. 내가 코드 짜서 받은 돈. 선배가 점심시간에 물어봤다. "월급 뭐 할 거야?" 나도 모르겠다. 일단 월세 내고 나면 187만원.3400만원의 현실 계산해봤다. 월세 55만원. 관리비 7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6만원. 점심값 한 달 20만원 (편의점 기준). 저녁은 집에서 라면. 여기까지 93만원. 남은 돈 94만원. 여기서 부모님 용돈 30만원 드리면 64만원. 인프런 강의 구독료 2만원, 넷플릭스 1만원, 체육관은 못 다니니까 패스. 61만원. 옷은? 안 산다. 친구 만나서 술? 한 달에 한 번. 데이트? 여자친구가 없다. 그래도 매달 50만원은 모은다. 이게 맞나 싶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올렸다. "너네 월급으로 뭐 해?" 다들 비슷하다고 했다. 3200, 3400, 3600. 한 명이 말했다. "그래도 취업한 게 어디야." 맞다. 취업한 게 어디다.원룸 이야기 서울 원룸 55만원. 보증금 500만원은 부모님이 빌려주셨다. 갚아야 한다. 5평. 화장실 포함이다. 창문은 북향. 겨울에 춥다. 싱크대에서 요리하면 침대에 냄새 밴다. 그래서 요리 안 한다.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방 5000원. 아껴서 10일에 한 번. 책상은 이케아 책상. 6만원짜리. 의자는 쿠팡 게이밍 체어. 12만원 할인해서 샀다. 모니터는 회사 선배가 쓰던 거 5만원에 샀다. 24인치. 베젤 두껍지만 코딩하는 데 지장 없다. 여기가 내 집이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사는 집. 밤에 불 끄고 누우면 천장이 보인다. 곰팡이 자국 있다. 집주인한테 말했는데 "환기 자주 시키세요" 했다. 그래도 내 집이다.회사 점심시간 점심은 편의점이다. 회사 근처 식당은 9000원부터 시작한다. 한 달이면 18만원.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에 컵라면 하나. 5000원. 한 달 10만원. 8만원 차이다. 8만원이면 인프런 강의 4개월 치다. 동기들이랑 밥 먹을 때만 식당 간다. 한 달에 한 번. 그날은 삼겹살 먹는다. 1인분 14000원. 소주 한 병 더 시킨다. "야 우리 언제쯤 연봉 5000 받냐." "3년 차면 되려나."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다들 웃는다. 씁쓸하게. 식당 나와서 편의점 들른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산다. 2000원. 이게 우리 사치다. 부모님 통화 한 달에 한 번 부모님한테 전화한다. "밥은 잘 먹냐." "네." "회사는 괜찮고." "네." 거짓말이다. 괜찮지 않다. 코드 리뷰 받을 때마다 식은땀 난다. 선배가 한숨 쉬는 소리 들린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용돈 보냈어. 30만원." "아들아 그 돈이면 너 먹고살기도 빠듯하잖아." "괜찮아요. 저 취업했잖아요." 엄마가 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우리 아들 고생 많다." 끊고 나면 나도 운다. 조금. 30만원 보낸다. 적다는 거 안다. 나중에 더 드리고 싶다. 그러려면 코드를 더 잘 짜야 한다. 강의 듣는 시간 퇴근하면 8시. 집 오면 8시 반. 씻고 밥 먹으면 9시. 인프런 강의 켠다. "실전 리액트 프로그래밍." 10분 본다. 졸린다. 침대에 눕는다. 내일 보자. 다음 날도 똑같다. 주말에 몰아서 본다. 토요일 4시간, 일요일 4시간.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다시 돌려본다. 3번, 4번. 그래도 모르겠으면 넘어간다. 일단 끝까지 보자. 완강하면 뿌듯하다. 근데 회사에서 써먹으려면 또 다시 봐야 한다.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는 공부가 일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피곤하다. 수습 평가 D-90 3개월 뒤에 수습 평가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매일 생각한다. 자기 전에, 출근하면서, 코드 짜다가. 선배한테 물어봤다. "수습 평가 기준이 뭐예요?" "글쎄,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잘한다는 게 뭔데. PR 올릴 때마다 코멘트 10개씩 달린다. "이 부분 리팩토링 필요", "네이밍 다시", "타입 정의 추가". 고치면 또 코멘트 달린다. 끝이 없다. 회의 때 말 한 번 제대로 못 한다. "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이게 잘하는 건가. 밤에 검색한다. "신입 개발자 수습 평가 기준", "수습 기간 잘리는 경우". 블로그 읽는다. 다들 힘들었대. 그래도 붙었대. 나도 붙을까. 모르겠다. 작은 성공 오늘 PR이 한 번에 머지됐다. 코멘트 하나도 안 달렸다. 선배가 슬랙에 썼다. "굿." 딱 한 글자. 근데 기분이 좋았다. 점심 편의점 갈 때 삼각김밥 하나 더 샀다. 오늘은 3개. 사치다. 회사 화장실 거울 봤다. 웃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언제쯤 연봉 3400만원. 적다. 알고 있다. 동기들은 대기업 간 애들 5000만원 받는다. 부럽다. 근데 나는 여기다. 중소기업. 직원 50명. 복지 별로 없다. 야근 수당도 없다. 그래도 여기가 날 뽑아줬다. 부트캠프 출신에, 포트폴리오 빈약하고, 면접 때 떨면서 대답한 나를. 첫 월급 받았을 때 생각했다. "아, 이게 시작이구나." 언제쯤 더 나아질까. 3년 차면? 5년 차면?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가 제일 힘들어. 버티면 돼." 버티고 있다. 오늘도 출근했다. 내일도 출근한다. 월세 내고, 부모님 용돈 보내고, 강의 듣고, 코드 짠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지금은 이게 내 현실이다.적어도 취업은 했다. 그게 어디야.
- 15 Dec, 2025
코드 복붙의 유혹: 스택오버플로우와의 싸움
코드 복붙의 유혹: 스택오버플로우와의 싸움 오전 10시, 에러와의 조우 출근했다. 어제 짠 코드가 안 돌아간다. 빌드 에러 메시지가 터미널을 가득 채웠다. 빨간 글씨 50줄. 읽어봤자 모른다. "Cannot read property of undefined" 어쩌고. 일단 구글에 에러 메시지 복사. 엔터. 첫 번째 링크. 스택오버플로우. 당연하지.질문은 2019년. 답변은 초록 체크. 좋아요 847개. 믿을 만하다. 분명. 코드 블록을 드래그했다. Ctrl+C. 내 에디터로 왔다. Ctrl+V. 3초. 파일 저장. npm run dev. "이번엔 되겠지." 10시 5분, 새로운 에러 안 된다. 아까와 다른 에러. "Module not found." 당황했다. 뭐가 문젠데. 다시 스택오버플로우. 새 탭. 검색. 또 답변 찾았다. 이번엔 2020년 거. 좋아요 623개. npm install some-package --save터미널에 붙여넣었다. 엔터. 패키지 설치 중. 로딩 바가 천천히 움직인다. "이제 되겠지."10시 15분, 무한 루프 또 에러. 이번엔 "Dependency conflict." 뭔 소리야. 검색. 스택오버플로우. 복붙. 에러. 검색. 복붙. 에러. 30분이 지났다. 원래 코드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복붙을 5번 했나 6번 했나. 에디터에 주석 처리된 코드가 10개 쌓였다. 다 스택오버플로우에서 가져온 거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알고 있다. 이해하고 써야 한다는 거. 하지만 일단 돌아가게 해야 한다. 급하다.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나쁜 개발자인가. 아니다. 다들 그런다. 선배도 그랬을 거다. 분명. 스택오버플로우는 마약이다. 달콤한 마약. 문제가 생기면 일단 거기로 간다. 구글 검색하면 첫 번째 링크가 거기다. 어쩔 수 없다. 답변은 친절하다. 코드 블록도 예쁘게 정리되어 있다. 복사하기 버튼도 있다. "Use this code, it works." 그 말이 날 유혹한다.복붙의 3단계 1단계: 희망. "이 코드면 되겠네." 복붙. 실행. 2단계: 혼란. "어? 왜 안 돼?" 다시 검색. 또 복붙. 3단계: 절망. "뭐가 뭔지 모르겠다." 코드가 엉망. 처음부터 다시. 매번 이렇다. 그래도 또 한다. 내일도 할 거다. 오늘의 기록 오후 2시. 점심 먹고 왔다. 선배가 내 화면을 봤다. "이거 왜 이렇게 짰어?" "스택오버플로우에서..." "그거 코드 버전 안 맞아. 우리 프로젝트는 React 18인데 저건 16 코드야." 몰랐다. 복붙할 때 버전은 안 봤다. 좋아요 개수만 봤다. "다음부턴 날짜 확인하고, 답변 읽어봐. 코드만 보지 말고." "네..." 알고 있었다. 진짜로. 하지만 안 했다. 왜 읽지 않는가 시간이 없어서? 아니다. 귀찮아서? 솔직히 맞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읽어도 모른다. "This happens because of closure scope blah blah..." 무슨 말인지 모른다. 클로저? 스코프? 들어는 봤다. 하지만 설명을 읽으면 머리가 아프다. 코드를 보는 게 편하다. 코드는 일단 작동한다. 작동하면 됐다. 이해는... 나중에. 나중이 안 온다는 걸 알면서도. 선배들의 흔적 우리 회사 코드베이스를 보다가 발견했다. 주석. // From Stack Overflow // https://stackoverflow.com/questions/...선배도 복붙했다. 링크까지 남겼다. 웃겼다. 그리고 안심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복붙 고수의 경지 팀장님이 말했다. "스택오버플로우 쓰는 건 괜찮아. 프로들도 다 써. 근데 아는 게 중요해." "뭘 알아야 하는데요?" "왜 이 코드가 작동하는지. 내 상황에 맞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 "그냥 복붙은 주니어. 이해하고 수정하면 시니어." 명언이다. 메모장에 적었다. 실천은 못 하겠지만. 오후 4시, 또 복붙 또 에러가 났다. 이번엔 useEffect 관련. 검색했다. 스택오버플로우 열었다. 답변을 읽기 시작했다. 5줄 읽었다. "아... 모르겠다." 스크롤 내렸다. 코드 블록까지. 드래그. 복사. 붙여넣기. 저장. 실행. 됐다. "역시." 뿌듯했다. 3초간. 죄책감의 무게 퇴근 전. 오늘 짠 코드를 봤다. 내가 이해하는 줄은 30%. 나머지는 스택오버플로우 거다. 커밋 메시지 쓰려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 "Fix: update component logic" 거짓말이다. 내가 고친 게 아니다. 복붙했다. 하지만 푸시했다. 어쩔 수 없다. 내일 PR 올리면 선배가 볼 거다. 코드리뷰 들어올 거다. "이 부분 왜 이렇게 짰어요?" 대답 못 한다. 복붙이라고 말 못 한다. "제가... 찾아보고 적용했습니다." 거짓말 반 진실 반. 동기의 고백 저녁. 동기 단톡방. "야 너네 스택오버플로우 얼마나 써?" "매일. 하루 10번?" "나 20번." "나 코드 80%가 거기서 온 거 같은데 ㅋㅋ" 다들 그렇다. 안심됐다. "근데 이거 면접 때 들키면 어떡해?" "모르면 되지 뭐." "맞네 ㅋㅋ" 웃었다. 씁쓸했다. 복붙의 순간들 이번 주에 복붙한 것들. 월요일: axios interceptor 코드. 화요일: custom hook 3개. 수요일: 날짜 포맷 함수. 목요일: 에러 핸들링 로직. 금요일: 오늘. useEffect cleanup. 매일이다. 하루도 빠짐없다. "이러다 성장하나?" 의문이 든다. 하지만 내일도 할 거다. 읽어보려는 시도 오늘 저녁. 다짐했다. "오늘은 답변을 끝까지 읽어보자." 스택오버플로우 열었다. 질문 하나 골랐다. 답변을 읽기 시작했다. "The reason this works is because JavaScript's event loop..." 이벤트 루프? 뭐지. 새 탭 열었다. 이벤트 루프 검색. MDN 문서 나왔다. 영어로 빼곡하다. "Callstack, task queue, microtask..." 머리 아프다. 탭 닫았다. 다시 스택오버플로우. 코드 블록으로 스크롤. 복붙. "내일 읽어야지." 선배의 조언 점심시간.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 나도 그랬어. 복붙만 했지." "그럼 어떻게 벗어났어요?" "안 벗어났어. 지금도 해." "예?" "대신 이제는 알고 해. 이게 왜 작동하는지." "어떻게요?" "복붙하고 나서 한 줄씩 읽어봐. 모르는 거 나오면 검색. 천천히." "시간 오래 걸리지 않아요?" "응. 근데 나중엔 빨라져. 같은 패턴 보이거든." 고개 끄덕였다. 실천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복붙의 미래 5년 뒤 나는 어떨까. 여전히 복붙하고 있을까. 아니면 코드를 이해하고 있을까. 상상이 안 된다. 지금은 그냥 살아남는 게 목표다. 복붙이라도 해서 일단 작동하게 만드는 거. 그게 지금 내 전부다. 퇴근길 생각 9시 퇴근.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오늘 뭘 배웠지?" 솔직히 모르겠다. 코드는 짰다. 10개 파일. 하지만 내 코드가 아니다. 짜깁기다. "이게 맞나?" 질문이 맴돈다. 하지만 내일도 출근한다. 또 복붙한다. 내일의 다짐 내일은 다르게 해보자. 복붙하되 읽어보자. 한 줄이라도. 모르는 용어 나오면 메모하자. 퇴근 후 검색하자. 천천히 성장하자. ... 이렇게 다짐한 게 이번 주만 세 번째다. 하지만 내일은 다를 거다. 분명.오늘도 복붙. 내일도 복붙. 언젠간 이해할 거다.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