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월급날

오늘 월급 들어왔다.

2,833,333원에서 세금 떼고 실수령액 242만원.

통장 보는데 이상하게 울컥했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부트캠프 6개월 동안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알바로 근근이 버티고, 면접 20군데 떨어지고. 그래도 이게 내 월급이다. 내가 코드 짜서 받은 돈.

선배가 점심시간에 물어봤다. “월급 뭐 할 거야?”

나도 모르겠다. 일단 월세 내고 나면 187만원.

3400만원의 현실

계산해봤다.

월세 55만원. 관리비 7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6만원. 점심값 한 달 20만원 (편의점 기준). 저녁은 집에서 라면.

여기까지 93만원.

남은 돈 94만원.

여기서 부모님 용돈 30만원 드리면 64만원. 인프런 강의 구독료 2만원, 넷플릭스 1만원, 체육관은 못 다니니까 패스.

61만원.

옷은? 안 산다. 친구 만나서 술? 한 달에 한 번. 데이트? 여자친구가 없다.

그래도 매달 50만원은 모은다. 이게 맞나 싶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올렸다. “너네 월급으로 뭐 해?”

다들 비슷하다고 했다. 3200, 3400, 3600.

한 명이 말했다. “그래도 취업한 게 어디야.”

맞다. 취업한 게 어디다.

원룸 이야기

서울 원룸 55만원.

보증금 500만원은 부모님이 빌려주셨다. 갚아야 한다.

5평. 화장실 포함이다. 창문은 북향. 겨울에 춥다.

싱크대에서 요리하면 침대에 냄새 밴다. 그래서 요리 안 한다.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방 5000원. 아껴서 10일에 한 번.

책상은 이케아 책상. 6만원짜리. 의자는 쿠팡 게이밍 체어. 12만원 할인해서 샀다.

모니터는 회사 선배가 쓰던 거 5만원에 샀다. 24인치. 베젤 두껍지만 코딩하는 데 지장 없다.

여기가 내 집이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사는 집.

밤에 불 끄고 누우면 천장이 보인다. 곰팡이 자국 있다. 집주인한테 말했는데 “환기 자주 시키세요” 했다.

그래도 내 집이다.

회사 점심시간

점심은 편의점이다.

회사 근처 식당은 9000원부터 시작한다. 한 달이면 18만원.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에 컵라면 하나. 5000원. 한 달 10만원.

8만원 차이다. 8만원이면 인프런 강의 4개월 치다.

동기들이랑 밥 먹을 때만 식당 간다. 한 달에 한 번.

그날은 삼겹살 먹는다. 1인분 14000원. 소주 한 병 더 시킨다.

“야 우리 언제쯤 연봉 5000 받냐.”

“3년 차면 되려나.”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다들 웃는다. 씁쓸하게.

식당 나와서 편의점 들른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산다. 2000원.

이게 우리 사치다.

부모님 통화

한 달에 한 번 부모님한테 전화한다.

“밥은 잘 먹냐.”

“네.”

“회사는 괜찮고.”

“네.”

거짓말이다. 괜찮지 않다. 코드 리뷰 받을 때마다 식은땀 난다. 선배가 한숨 쉬는 소리 들린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용돈 보냈어. 30만원.”

“아들아 그 돈이면 너 먹고살기도 빠듯하잖아.”

“괜찮아요. 저 취업했잖아요.”

엄마가 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우리 아들 고생 많다.”

끊고 나면 나도 운다. 조금.

30만원 보낸다. 적다는 거 안다. 나중에 더 드리고 싶다.

그러려면 코드를 더 잘 짜야 한다.

강의 듣는 시간

퇴근하면 8시.

집 오면 8시 반.

씻고 밥 먹으면 9시.

인프런 강의 켠다. “실전 리액트 프로그래밍.”

10분 본다. 졸린다.

침대에 눕는다. 내일 보자.

다음 날도 똑같다.

주말에 몰아서 본다. 토요일 4시간, 일요일 4시간.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다시 돌려본다. 3번, 4번.

그래도 모르겠으면 넘어간다. 일단 끝까지 보자.

완강하면 뿌듯하다. 근데 회사에서 써먹으려면 또 다시 봐야 한다.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는 공부가 일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피곤하다.

수습 평가 D-90

3개월 뒤에 수습 평가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매일 생각한다. 자기 전에, 출근하면서, 코드 짜다가.

선배한테 물어봤다. “수습 평가 기준이 뭐예요?”

“글쎄,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잘한다는 게 뭔데.

PR 올릴 때마다 코멘트 10개씩 달린다. “이 부분 리팩토링 필요”, “네이밍 다시”, “타입 정의 추가”.

고치면 또 코멘트 달린다. 끝이 없다.

회의 때 말 한 번 제대로 못 한다. “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이게 잘하는 건가.

밤에 검색한다. “신입 개발자 수습 평가 기준”, “수습 기간 잘리는 경우”.

블로그 읽는다. 다들 힘들었대. 그래도 붙었대.

나도 붙을까.

모르겠다.

작은 성공

오늘 PR이 한 번에 머지됐다.

코멘트 하나도 안 달렸다.

선배가 슬랙에 썼다. “굿.”

딱 한 글자.

근데 기분이 좋았다.

점심 편의점 갈 때 삼각김밥 하나 더 샀다. 오늘은 3개.

사치다.

회사 화장실 거울 봤다. 웃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언제쯤

연봉 3400만원.

적다. 알고 있다.

동기들은 대기업 간 애들 5000만원 받는다. 부럽다.

근데 나는 여기다.

중소기업. 직원 50명. 복지 별로 없다. 야근 수당도 없다.

그래도 여기가 날 뽑아줬다.

부트캠프 출신에, 포트폴리오 빈약하고, 면접 때 떨면서 대답한 나를.

첫 월급 받았을 때 생각했다.

“아, 이게 시작이구나.”

언제쯤 더 나아질까.

3년 차면? 5년 차면?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가 제일 힘들어. 버티면 돼.”

버티고 있다.

오늘도 출근했다. 내일도 출근한다.

월세 내고, 부모님 용돈 보내고, 강의 듣고, 코드 짠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지금은 이게 내 현실이다.


적어도 취업은 했다. 그게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