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 16 Dec, 2025
연봉 3400만원에 적어도 취업이 어디야
월급날
오늘 월급 들어왔다.
2,833,333원에서 세금 떼고 실수령액 242만원.
통장 보는데 이상하게 울컥했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부트캠프 6개월 동안 부모님한테 손 벌리고, 알바로 근근이 버티고, 면접 20군데 떨어지고. 그래도 이게 내 월급이다. 내가 코드 짜서 받은 돈.
선배가 점심시간에 물어봤다. “월급 뭐 할 거야?”
나도 모르겠다. 일단 월세 내고 나면 187만원.

3400만원의 현실
계산해봤다.
월세 55만원. 관리비 7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6만원. 점심값 한 달 20만원 (편의점 기준). 저녁은 집에서 라면.
여기까지 93만원.
남은 돈 94만원.
여기서 부모님 용돈 30만원 드리면 64만원. 인프런 강의 구독료 2만원, 넷플릭스 1만원, 체육관은 못 다니니까 패스.
61만원.
옷은? 안 산다. 친구 만나서 술? 한 달에 한 번. 데이트? 여자친구가 없다.
그래도 매달 50만원은 모은다. 이게 맞나 싶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올렸다. “너네 월급으로 뭐 해?”
다들 비슷하다고 했다. 3200, 3400, 3600.
한 명이 말했다. “그래도 취업한 게 어디야.”
맞다. 취업한 게 어디다.

원룸 이야기
서울 원룸 55만원.
보증금 500만원은 부모님이 빌려주셨다. 갚아야 한다.
5평. 화장실 포함이다. 창문은 북향. 겨울에 춥다.
싱크대에서 요리하면 침대에 냄새 밴다. 그래서 요리 안 한다.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방 5000원. 아껴서 10일에 한 번.
책상은 이케아 책상. 6만원짜리. 의자는 쿠팡 게이밍 체어. 12만원 할인해서 샀다.
모니터는 회사 선배가 쓰던 거 5만원에 샀다. 24인치. 베젤 두껍지만 코딩하는 데 지장 없다.
여기가 내 집이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사는 집.
밤에 불 끄고 누우면 천장이 보인다. 곰팡이 자국 있다. 집주인한테 말했는데 “환기 자주 시키세요” 했다.
그래도 내 집이다.

회사 점심시간
점심은 편의점이다.
회사 근처 식당은 9000원부터 시작한다. 한 달이면 18만원.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에 컵라면 하나. 5000원. 한 달 10만원.
8만원 차이다. 8만원이면 인프런 강의 4개월 치다.
동기들이랑 밥 먹을 때만 식당 간다. 한 달에 한 번.
그날은 삼겹살 먹는다. 1인분 14000원. 소주 한 병 더 시킨다.
“야 우리 언제쯤 연봉 5000 받냐.”
“3년 차면 되려나.”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다들 웃는다. 씁쓸하게.
식당 나와서 편의점 들른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산다. 2000원.
이게 우리 사치다.
부모님 통화
한 달에 한 번 부모님한테 전화한다.
“밥은 잘 먹냐.”
“네.”
“회사는 괜찮고.”
“네.”
거짓말이다. 괜찮지 않다. 코드 리뷰 받을 때마다 식은땀 난다. 선배가 한숨 쉬는 소리 들린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용돈 보냈어. 30만원.”
“아들아 그 돈이면 너 먹고살기도 빠듯하잖아.”
“괜찮아요. 저 취업했잖아요.”
엄마가 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우리 아들 고생 많다.”
끊고 나면 나도 운다. 조금.
30만원 보낸다. 적다는 거 안다. 나중에 더 드리고 싶다.
그러려면 코드를 더 잘 짜야 한다.
강의 듣는 시간
퇴근하면 8시.
집 오면 8시 반.
씻고 밥 먹으면 9시.
인프런 강의 켠다. “실전 리액트 프로그래밍.”
10분 본다. 졸린다.
침대에 눕는다. 내일 보자.
다음 날도 똑같다.
주말에 몰아서 본다. 토요일 4시간, 일요일 4시간.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다시 돌려본다. 3번, 4번.
그래도 모르겠으면 넘어간다. 일단 끝까지 보자.
완강하면 뿌듯하다. 근데 회사에서 써먹으려면 또 다시 봐야 한다.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는 공부가 일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피곤하다.
수습 평가 D-90
3개월 뒤에 수습 평가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매일 생각한다. 자기 전에, 출근하면서, 코드 짜다가.
선배한테 물어봤다. “수습 평가 기준이 뭐예요?”
“글쎄,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잘한다는 게 뭔데.
PR 올릴 때마다 코멘트 10개씩 달린다. “이 부분 리팩토링 필요”, “네이밍 다시”, “타입 정의 추가”.
고치면 또 코멘트 달린다. 끝이 없다.
회의 때 말 한 번 제대로 못 한다. “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이게 잘하는 건가.
밤에 검색한다. “신입 개발자 수습 평가 기준”, “수습 기간 잘리는 경우”.
블로그 읽는다. 다들 힘들었대. 그래도 붙었대.
나도 붙을까.
모르겠다.
작은 성공
오늘 PR이 한 번에 머지됐다.
코멘트 하나도 안 달렸다.
선배가 슬랙에 썼다. “굿.”
딱 한 글자.
근데 기분이 좋았다.
점심 편의점 갈 때 삼각김밥 하나 더 샀다. 오늘은 3개.
사치다.
회사 화장실 거울 봤다. 웃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구나.
언제쯤
연봉 3400만원.
적다. 알고 있다.
동기들은 대기업 간 애들 5000만원 받는다. 부럽다.
근데 나는 여기다.
중소기업. 직원 50명. 복지 별로 없다. 야근 수당도 없다.
그래도 여기가 날 뽑아줬다.
부트캠프 출신에, 포트폴리오 빈약하고, 면접 때 떨면서 대답한 나를.
첫 월급 받았을 때 생각했다.
“아, 이게 시작이구나.”
언제쯤 더 나아질까.
3년 차면? 5년 차면?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가 제일 힘들어. 버티면 돼.”
버티고 있다.
오늘도 출근했다. 내일도 출근한다.
월세 내고, 부모님 용돈 보내고, 강의 듣고, 코드 짠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지금은 이게 내 현실이다.
적어도 취업은 했다. 그게 어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