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에 '오늘 배운 것' 적다가 3일 만에 포기한 기록
- 11 Dec, 2025
노션에 ‘오늘 배운 것’ 적다가 3일 만에 포기한 기록
시작은 거창했다
유튜브 봤다. “주니어 개발자 성장 루틴” 이런 거.
다들 노션에 TIL(Today I Learned) 쓰래.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검색했다. “오늘 배운 것 기록하기”
쉬워 보였다.
일요일 밤 11시. 노션 켰다. 템플릿 만들었다.
## 2024.01.15 월요일
### 오늘 배운 것
-
### 어려웠던 점
-
### 내일 할 것
-
깔끔하다. 이쁘다. 이제 나도 성장하는 개발자다.
월요일부터 시작이다.

1일차: 완벽했다
월요일.
출근했다. 오늘부터 다 기록한다.
점심시간에 메모장 켰다. 선배가 알려준 거 적었다.
“useCallback은 함수를 메모이제이션” “의존성 배열 비어있으면 처음 한 번만” “근데 useEffect랑 뭐가 다르지”
모르는 건 나중에 찾아보기로. 일단 적었다.
퇴근 후. 집 와서 노션 켰다.
## 2024.01.15 월요일
### 오늘 배운 것
- useCallback은 함수 메모이제이션하는 거
- 리렌더링 될 때 함수 재생성 방지
- 의존성 배열에 들어가는 값 바뀔 때만 함수 재생성됨
### 어려웠던 점
- useCallback이랑 useMemo 차이를 아직 정확히 모르겠음
- 언제 써야 하는지도 애매함
- 선배 코드 보면 다 쓰던데 나는 언제 써야 할지
### 내일 할 것
- useCallback 공식문서 읽기
- useMemo도 같이 공부
- 작은 예제 만들어보기
뿌듯했다. 이거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장했다. 잘 시간.
내일도 쓴다.

2일차: 괜찮았다
화요일.
오늘도 기록한다.
아침에 에러 났다. “Cannot read property of undefined”
2시간 걸렸다. 옵셔널 체이닝 안 써서였다.
점심 먹으면서 메모했다. “옵셔널 체이닝 ?. 쓰기”
오후엔 PR 올렸다. 선배가 코멘트 남겼다. “변수명 좀 더 명확하게”
수정했다.
data → userProfileData
이것도 기록.
퇴근. 집. 노션.
## 2024.01.16 화요일
### 오늘 배운 것
- 옵셔널 체이닝 (?.) 사용법
- undefined나 null일 때 에러 안 나고 undefined 반환
- 변수명은 구체적으로 (data 말고 userProfileData)
### 어려웠던 점
- 에러 원인 찾는데 2시간 걸림
- console.log 10번 찍었는데 비효율적인 거 같음
- 디버깅 잘하는 법 배워야 할 듯
### 내일 할 것
- 크롬 개발자도구 디버깅 기능 공부
- breakpoint 사용법 익히기
오늘도 썼다.
2일 연속이다. 습관 만들기 21일이래. 19일 남았다.
할 수 있다.
3일차: 멈췄다
수요일.
출근했다. 피곤했다.
전날 새벽 2시에 잤다. 넷플릭스 봤다.
회의 3개. 점심은 라면. 오후에 급한 버그 수정.
퇴근 9시.
집 왔다. 11시. 씻었다. 침대에 누웠다.
노션 켜야 하는데.
뭐 적지. 오늘 배운 거.
버그 고쳤는데. 뭐가 문제였더라. 기억 안 난다.
내일 쓰면 되지. 내일은 덜 피곤할 거다.
잤다.

4일차: 안 켰다
목요일.
출근. 회의. 점심. 코딩. 퇴근.
노션 생각 안 났다.
아니다. 생각났다. 근데 안 켰다.
어차피 어제 안 썼는데. 오늘 쓰면 어제 거 비어있잖아. 어색하다.
내일 주말이니까. 주말에 몰아서 쓴다.
5일차: 죄책감
금요일.
저녁에 동기들 만났다. 맥주 마셨다.
한 친구가 말했다. “나 요즘 TIL 쓰는데 좋더라”
나도 쓴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3일 전부터 안 썼다.
집 와서 노션 켰다. 비어있는 날짜들.
1월 17일: 비어있음 1월 18일: 비어있음 1월 19일: 비어있음
채워야 하나. 기억 안 난다.
그냥 닫았다.
주말: 포기
토요일.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노션 채워야 하는데. 일주일 치 몰아서 쓸까.
근데 뭘 배웠더라. 기억이 안 난다.
월요일엔 뭐 했지. 화요일은. 수요일.
다 똑같다. 코드 짜고. 에러 고치고. PR 올리고.
매일 배우긴 하는데. 정리는 못 하겠다.
일요일.
유튜브 봤다. “생산성 높이는 10가지 방법”
댓글 봤다. “저도 TIL 3일 만에 포기했어요 ㅋㅋ” “저는 1주일 버텼습니다” “노션 템플릿만 10개 만들고 안 씁니다”
다들 그렇구나.
2주 후: 새 도전
월요일.
선배가 물었다. “TIL 쓰냐”
아니요.
“나도 옛날에 썼는데” “3일 만에 관뒀다”
선배도 그랬구나.
“억지로 쓰지 마” “진짜 중요한 것만 메모해” “나는 그냥 슬랙 나한테 DM 보낸다”
그 방법도 있네.
노션 다시 켰다. 템플릿 지웠다.
새로 만들었다. 간단하게.
## 기록
- 날짜 상관없이 배운 것만
오늘은 이거 하나. “옵셔널 체이닝 ?. 쓰면 편하다”
끝.
내일은 또 모르겠다.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고.
그냥 그렇다.
1개월 후: 지금
지금 노션 봤다.
1월 15일. 1월 16일. 그 뒤로 3개 정도 더.
총 5개 적혔다. 한 달에.
실패한 건가.
모르겠다.
근데 그 5개는. 진짜 중요한 것들이다.
“async/await은 Promise 문법 설탕” “map은 새 배열 반환, forEach는 undefined” “git rebase는 조심히”
이건 지금도 기억한다. 실제로 쓴다.
매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억에 남는 걸 쓰는 게 중요했다.
결론
TIL 3일 만에 포기했다.
부끄럽지 않다.
완벽한 기록보다. 남는 게 있으면 된다.
5개 적었다. 5개 남았다.
그걸로 된 거다.
노션은 아직 열려있다. 언젠가 또 쓸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고.
완벽한 기록은 없다. 남는 거 하나면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