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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Dec, 2025
수습 평가 D-90: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수습 평가 D-90: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또 깼다 새벽 3시 12분. 눈이 떠졌다. 이유도 모르고. 어제는 2시 47분이었다. 그제는 3시 반. 화장실 가려고 깬 게 아니다. 갈증도 아니다. 그냥 깬다. 눈 뜨면 바로 생각난다. 수습 평가. D-90. 정확히는 D-87.계산이 시작된다 침대에 누워서 눈만 뜬 채로 계산한다. 지금까지 8개월. 남은 기간 3개월. 지금 내 실력으로 괜찮은가. 아니다. 어제 선배가 말했다. "이신입씨, 이거 왜 이렇게 짰어요?" 대답 못 했다. "아... 그게..."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코드 짠 게 사흘 전이다. 왜 그렇게 짰는지 나도 모른다. ChatGPT가 알려준 대로 했다. 그게 문제였다.체크리스트 어둠 속에서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만든다. 할 줄 아는 것:React 기본 문법 컴포넌트 만들기 useState 쓰기 구글링못하는 것:useEffect 정확히 이해 못 함 TypeScript 제네릭 뭔지 모름 상태관리 라이브러리 실무에서 못 써봄 테스트 코드 한 번도 안 짬 Git conflict 나면 당황 Docker는 들어만 봄 API 설계 못 함 데이터베이스 쿼리 최적화? 모름못하는 게 더 많다. 아니, 훨씬 더 많다. 손가락으로 세다가 포기했다. 다른 신입들은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 켰다. 밤 12시에 올라온 메시지. "오늘 Redux 완강했다ㅠㅠ 드디어" 새벽 1시. "면접 봤는데 React Query 물어보던데 이거 필수인가" 새벽 2시. "다들 자나요? 저 내일 코테 보는데 긴장돼서..." 다들 뭔가 하고 있다. 나는 뭐 했나. 어제 퇴근하고 편의점 갔다. 맥주 두 캔 샀다. 집 와서 유튜브 켰다. '프론트엔드 로드맵 2024'. 10분 보고 잤다.선배가 던진 말 지난주 금요일. 퇴근 30분 전. 선배가 슬랙 DM 보냈다. "이신입씨 잠깐 통화 가능?" 심장이 멈췄다. "네 가능합니다" 전화 왔다. "이번 주 작업 보니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요." "...네." "컴포넌트 분리를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네이밍도 좀 더 명확하게 하면 좋겠어요." "아... 네네." "그리고 커밋 메시지도 컨벤션 맞춰주세요. 이거 몇 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아직 신입이니까. 근데 조금씩 개선되면 좋겠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끊고 나서 손이 떨렸다. '아직 신입이니까' 이 말이 계속 맴돈다. 지금은 신입이지만 3개월 뒤에는? 수습 평가 기준 입사할 때 받은 서류 다시 꺼내 봤다. 수습 평가 항목:업무 이해도 기술 역량 커뮤니케이션 조직 적응도 자기개발 의지각 항목 A부터 D까지. C 두 개 이상이면 재평가. D 하나라도 있으면 위험. 지금 나는? 업무 이해도: C 기술 역량: D 커뮤니케이션: C 조직 적응도: B 자기개발 의지: C 솔직하게 매기면 이렇다. D가 하나 있다. 오늘 한 일 어제 하루를 복기한다. 9시 10분 출근. 슬랙 확인. 읽지 않은 메시지 12개. 다 읽는 데 20분. 이해 못 한 건 5개. 일단 넘김. 10시 데일리 스크럼. 어제 한 일: "로그인 폼 스타일링 완료했습니다." 오늘 할 일: "회원가입 유효성 검사 추가하겠습니다." 실제로 한 일: 유튜브에서 '리액트 폼 validation' 검색. 점심 12시. 편의점. 참치김밥 하나. 바나나우유. 먹으면서 인프런 강의 10분 봤다. 오후 1시부터 코딩. input에 onChange 걸고 state 업데이트. 에러 났다. 뭔지 모름. console.log 찍었다. 7개. 이해했다. 아니, 이해한 척. 복붙해서 돌아간다. 커밋. 오후 4시 회의. "이번 스프린트 목표는..." 졸음 왔다. 커피 마셨다. 무슨 말인지 30%만 이해. 끄덕였다. 다들 끄덕이니까. 오후 6시. 선배가 내 PR에 코멘트 8개. 심호흡. 하나씩 읽었다. "이 부분 useMemo로 감싸면 어떨까요?" useMemo가 뭐였지. 검색했다. 아... 맞다. 최적화. "네 수정하겠습니다." 9시 퇴근. 집 도착 10시. 씻고 누웠다. 11시. 내일 뭐 공부하지 생각하다가 잤다. 이게 내 하루다. 충분하지 않다 새벽 3시 12분. 이불 속에서 생각한다. 이 정도로 충분한가. 동기들은 토이 프로젝트 한다. 나는 주말에 게임했다. 동기들은 블로그 쓴다. 나는 노션에 '오늘 배운 것' 2줄 적고 말았다. 동기들은 스터디 한다. 나는 혼자 강의 듣다가 잔다.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3개월 뒤면 드러난다. 수습 평가 때 물어볼 것 같다. "이신입씨, 이번 기간 동안 어떤 걸 공부했나요?" "음... 리액트 강의 들었습니다." "프로젝트는?" "아... 회사 업무가 바빠서..." "본인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대답 못 한다. 지금도 못 한다. 악순환 불안하다. 불안해서 유튜브 본다. '주니어 개발자 공부법' 영상. 20분 본다. 동기부여된다. 노트에 적는다. '내일부터 매일 1시간 공부' 다음 날. 퇴근하면 녹초다. 침대에 누운다. 5분만 쉬자. 눈 뜬다. 새벽 2시. 또 불안하다. 또 영상 본다. 악순환이다. 선배들도 그랬을까 팀장님은 개발 10년 차. 코드 보면 깔끔하다. 회의 때 말하는 것도 논리적이다. 막히는 게 없어 보인다. 저 사람도 신입 때 이랬을까. 새벽에 깨서 불안했을까. 수습 평가 걱정했을까. 물어보고 싶다. 못 물어본다. "팀장님 신입 때 어떠셨어요?" 이렇게 물으면 이상할까. 아니, 이상한 게 아니라 내 불안이 들킬 것 같다. '쟤 요즘 불안해하네' 이렇게 생각할까 봐. 그래서 혼자 끙끙댄다. D-87의 무게 87일. 길다면 길다. 짧다면 짧다. 매일 1시간씩 공부하면 87시간. 강의 10개는 볼 수 있다. 토이 프로젝트 2개는 만들 수 있다. 블로그 글 20개는 쓸 수 있다. 계산은 완벽하다. 실행이 문제다. 어제도 계획했다. 오늘도 계획했다. 내일도 계획할 것이다. 실행은 모레쯤. 모레도 계획만 한다. 불 켜고 일어났다 3시 12분. 더 이상 못 눕겠다. 불 켰다. 노트북 켰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리액트 공식 문서' 탭 열었다. 읽는다. 5분 읽었다. 졸리다. 아니다, 졸리면 안 된다. 커피 끓였다. 마신다. 다시 읽는다. useEffect 문서. "의존성 배열에 들어간 값이 변경될 때마다..." 알고 있다. 근데 실전에서 헷갈린다. 예제 코드 따라 쳤다. 돌려봤다. 이해했다. 조금. 시계 봤다. 4시 23분. 출근까지 4시간 반. 더 할까. 아니다. 자야 한다. 내일 졸면 안 된다. 눕는다. 잠이 안 온다. 당연하다. 커피 마셨으니까. 반복되는 다짐 이불 속에서 또 다짐한다. 오늘은 정말 한다. 퇴근하고 바로 집 온다. 편의점 안 간다. 유튜브 안 본다. 노트북 켜서 코드 짠다. 토이 프로젝트 시작한다. 간단한 거. Todo 앱. 이미 100번 만들어 봤지만 또 만든다. 이번엔 TypeScript로 만든다. 제대로 공부하면서. 블로그도 쓴다. '오늘 배운 것' 정리한다. 주말에는 스터디 찾아본다. 혼자 하니까 안 되는 거다. 같이 하면 된다. 다짐한다. 또. 어제도 다짐했다. 그제도 다짐했다. 이번엔 다르다고 믿는다. 믿고 싶다. 7시 알람 눈 떴다. 7시. 4시간 잤다. 머리 무겁다. 일어나야 한다. 씻는다. 옷 입는다. 현관문 열기 전에 거울 봤다. 다크서클 짙다. "오늘도 화이팅..." 누가 들으면 웃긴다. 나도 웃긴다. 밖으로 나간다. 지하철 탄다. 핸드폰 켠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 새벽 6시에 올라온 메시지. "오늘 알고리즘 1문제 풀고 출근합니다!" 나는 새벽에 뭐 했나. 다짐만 했다. 오늘도 출근 9시 10분. 책상 앉았다. 슬랙 켰다. 읽지 않은 메시지 15개. 오늘도 시작이다. 수습 평가 D-87. 내일은 D-86. 모레는 D-85. 숫자는 줄어든다. 실력은 늘고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출근했다. 그게 어디야.새벽 3시에 깨는 건 불안 때문이다. 그 불안은 정당하다. 근데 불안만으로는 안 된다. 내일은 정말 뭐라도 해봐야지. D-86부터는 다르게. 그렇게 믿고 또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