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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리뷰
- 02 Dec, 2025
코드리뷰 피드백이 외계어로 들릴 때
코드리뷰 피드백이 외계어로 들릴 때 PR 올렸다.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30분 뒤 선배 댓글이 떴다. "This component violates 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Consider extracting the logic into a custom hook with memoization to prevent unnecessary re-renders. Also, the dependency array here could cause stale closures." 읽었다. 세 번 읽었다. 여전히 모른다. 뭐라는 건데. 일단 '네 수정하겠습니다' 댓글을 남겼다. 손가락이 떨렸다. 지금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수정한다고 약속했다. 이게 뭐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다고 했다.매일 밤 용어 구글링 시간 퇴근하고 집에 왔다. 메모장을 꺼냈다. 오늘 배운 용어들을 정리할 시간이다.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SRP) Memoization Dependency Array Stale Closures Custom Hook다섯 개다. 어제는 일곱 개였다. 모레는 몇 개일까. 유튜브 검색했다. "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react" - 10분짜리 영상이 나왔다. 3분 봤다. 졸았다. 다시 봤다. 역시 졸았다. 블로그 글 봤다. 코드 예제가 있었다. 예제도 모르겠다. 예제를 이해하려면 다른 걸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모른다. 뭐부터 배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메모장에 적은 다섯 개 중 두 개만 이해했다. 아 맞다. 이해하지 못한 걸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실은 유튜브 영상이 재밌어서 계속 봤던 거다. 메모장 앱을 닫았다. 내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선배가 말하는 건 항상 '이거 간단한 건데' 오전 10시. 선배가 내 자리에 왔다. "여기 봐봐. 이거 간단한 건데." 간단한 게 절대 아니다. 선배가 설명했다. 뭔가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면 이해한 척 할 수 있다. 선배도 그걸 믿는다. "여기서 useCallback을 쓸 필요 없고..." 잠깐. useCallback? 언제 배웠지. 내가 이걸 이미 알아야 하는 사람인가? "...메모이제이션은 이 경우엔 과하고..." 또 메모이제이션이다. 어제도 들었다. 뭐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는데. "...쉽게 생각하면 돼." 아. 쉽게 생각하면 되는구나. 그럼 나는 지금 뭘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선배가 나왔다. 나는 화면만 봤다. 선배가 말한 게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PR 댓글은 이미 달렸다. 나는 이미 '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구글 검색창을 열었다. "useCallback 언제 쓰는 거" - 검색했다. 15개의 블로그 글이 나왔다. 첫 번째 글을 3분 봤다. 역시 모르겠다. 두 번째 유튜브 영상을 1분 봤다. 진짜 모르겠다. 선배는 간단하다고 했다. 그럼 내가 문제인가.물어보고 싶은데 못 물어본다 회의실에서 코드리뷰 미팅이 있었다. 선배가 내 PR을 화면에 띄웠다. "여기서 의존성 배열에 isLoading을 빼야 해. 불필요한 리렌더링이 생긴다고." 의존성 배열. 또 그거다.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수십 번 useEffect를 썼다. 매번 '뭐가 들어가야 하지?' 하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자동으로 넣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전략이 있다는 건가. 나는 손을 들어야 한다. "선배, 의존성 배열이 정확히 뭐 하는 거예요?"라고 물어야 한다. 근데 못 물었다. 왜? 이미 8개월 일했으니까 알아야 할 거 같아서. 이미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가 있어서. 회의실에 있는 4명의 눈이 나를 볼 것 같아서. '이건 신입도 아는 거 아닌가' 할 눈빛. 그래서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또 메모장에 '의존성 배열 - isLoading 빼기' 라고 적었다. 퇴근하고 유튜브 검색했다. "의존성 배열 제대로 이해하기" - 1시간 20분짜리 영상이 나왔다. 10분 봤다. 졸았다. 내일도 못할 거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죄인 줄 알지만, 모른다고 말하는 게 더 큰 죄인 것처럼 느껴진다. [IMAGE_4] 그럼 어떻게 하지? 어제 밤. 침대에 누웠다. 천장만 봤다. 3개월 뒤 수습 평가가 있다. 지금처럼 모르는 척하면서 일하면 평가 때 걸릴까? 아니면 지금 물어보면 걸릴까? 둘 다 걸릴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이거다. 일단 모든 피드백에 '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다음 집에 가서 뭐가 뭔지 모를 때까지 검색한다. 조금 이해되면 코드를 수정한다. 선배는 '오 얘 빠르게 배우네'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선배는 모를 거다.) 하지만 이 방법엔 문제가 있다. 내가 고를 수 없다. 모를 때마다 물어보는 대신, 내가 알 때까지 검색하기만 한다. 근데 모를 때는 많고, 알 때는 거의 없다. 선배한테 물어보는 게 더 빠르다. 5분이면 될 걸 1시간을 검색한다. 근데 못 물어본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이거 제가 해볼게요." 그 말만 하면 선배는 안심한다. 그럼 나중에 못 해도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물어보는 수치심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가 더 뒤처진다. 코드리뷰 피드백은 여전히 외계어다. [IMAGE_5] 어쨌든 내일도 출근한다 아침 8시 50분. 준비됐다. 샤워했고, 밥 먹었고, 커피도 마셨다. 오늘도 PR을 올릴 거다. 선배가 코멘트를 남길 거다. 나는 이해 못 할 거다. 그리고 '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길 거다. 그 다음엔 메모장을 켜서 오늘의 용어를 정리할 거다. 그리고 퇴근 후 검색할 거다. 3분 정도는 이해할 거고, 나머지는 그냥 넘어갈 거다. 내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근데 뭔가 다른 기분이다. 왜냐면 어제 배운 게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이지만. 지난주에는 이해 못 했던 걸 이번주에는 조금 이해했다. 아마 다음주에는 조금 더 이해할 거다. 그렇게 천천히 외계어가 한국말로 바뀔 거다. 선배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뭔가 있다. 아마 그게 신입의 8개월이다. 슬랙을 켰다. 좋아요 3개. 뭐 그런대로 괜찮네. 출근한다.코드리뷰는 아직도 무섭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덜 무섭다. 그게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