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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55만원과 개발자의 삶

서울 원룸 월세 55만원과 개발자의 삶

서울 원룸 월세 55만원과 개발자의 삶 7평짜리 내 전부 월세 55만원. 관리비 8만원. 합치면 63만원이다. 연봉 3400에서 세금 떼면 실수령 280 정도. 22%가 집세다. 원룸이라고 했지만 사실 오피스텔이다. 7평. 침대 놓고, 책상 놓으면 끝이다. 화장실 문 열면 무릎이 변기에 닿는다. 창문은 하나. 서쪽이라 오후만 해가 든다. 맞은편 건물이 3미터 앞이다. 커튼 안 치면 눈 마주친다.여기가 내 전부다. 출근 준비하고, 퇴근하고, 자고, 일어나는 곳. 가끔 이 방이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좁고, 답답하고, 햇빛도 잘 안 든다. 퇴근 후 책상 앞 퇴근하면 7시 반. 씻고 밥 먹으면 8시 반이다. 편의점 도시락 전자레인지 3분. 설거지는 없다. 책상에 앉는다. 듀얼 모니터가 켜진다. 왼쪽에 인프런 강의. 오른쪽에 VS Code. 오늘은 '클린 코드' 강의를 들어야지. 10분 지나면 눈이 감긴다.강의 화면이 그대로다. 진도는 3분 10초. 내일 보자. 내일은 집중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간다. 결제한 강의만 17개다. 선배가 말했다. "퇴근 후 2시간씩 공부하면 1년 뒤 달라져." 나는 2시간을 앉아있지도 못한다. 회사에서 8시간 코딩하고 오면 모니터가 싫다. 주말의 계획과 현실 금요일 저녁. 다짐한다. "이번 주말엔 포트폴리오 정리한다. 블로그도 쓴다." 토요일 아침 10시. 눈을 뜬다. 일단 침대에서 유튜브 본다. 30분만. 1시간 지났다. 점심 먹는다. 편의점 컵라면. "밥 먹고 바로 시작하자." 오후 2시. 책상에 앉는다. 노션을 연다. "포트폴리오 구성" 페이지를 만든다.프로젝트 1: 투두리스트 프로젝트 2: 날씨 앱 프로젝트 3: ...뭘 써야 하지?생각하다가 유튜브를 켠다.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 검색. 영상을 본다. 30분짜리. "오 이렇게 하면 되겠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저녁 6시다. 치킨을 시킨다. 맥주도 한 캔. 저녁 8시. 배가 부르다. 침대에 눕는다. "소화되면 하자." 일요일 저녁 9시. 아무것도 안 했다. 게임만 6시간 했다. 롤 티어는 올랐다. 월요일 아침의 자책 월요일 7시 반. 알람이 울린다. 또 일주일이 시작된다. 주말에 뭐 했지? 아무것도 안 했다. 포트폴리오는? 안 했다. 블로그는? 안 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한다. "나 이러다가 평생 이렇게 사는 거 아냐?" 옆에 앉은 사람도 개발자 같다. 맥북을 보고 있다. 화면에 깃허브가 보인다. 커밋이 초록색으로 빼곡하다. 나는 이번 주말에 커밋 0개다. 회사에 도착한다. 슬랙을 연다. 선배가 올린 글이 보인다. "주말에 토이프로젝트 배포했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나는 주말에 롤만 했다. 이 좁은 방과 내 인생 퇴근하고 원룸 문을 연다. 7평. 똑같다. 어제랑 똑같다. 침대. 책상. 모니터. 창문. 맞은편 건물의 불빛들. 이 방에서 나는 뭘 하고 있나? 일하러 가기 위해 자고 일어나는 곳. 그게 다인가? 선배들 말이 맞다. 퇴근 후가 진짜 실력 차이를 만든다고. 1년 차와 3년 차의 차이는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집에서 얼마나 했냐의 차이라고. 근데 나는 못 하겠다. 회사에서 8시간 코딩하고 오면 진짜 모니터 보기 싫다. 그냥 멍 때리고 싶다. 게으른 걸까? 의지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이게 정상인 걸까? 모르겠다. 그냥 피곤하다. 55만원의 의미 월세 55만원.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내는 첫 월세다. 적은 돈은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 55개 값이다. 치킨 22마리 값이다. 근데 이게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서울에서. 회사에서 30분 거리에서. 보증금 500만원으로. 더 싼 곳도 봤다. 40만원짜리 고시원. 창문이 없었다. 침대만 있었다.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거기서는 못 살겠더라. 역세권 원룸은 70만원이었다. 못 낸다. 그래서 여기다. 역에서 도보 15분. 오르막길. 이 방이 내 연봉을 말해준다. 3400만원의 삶이 이런 거다. 7평짜리 방에서 혼자 밥 먹고. 침대에 누워 강의 보다 자고. 주말엔 게임하다 자책하고. 그래도 내 방 근데 가끔은 좋다. 금요일 저녁에 치킨 시켜서 혼자 먹을 때. 창문 열고 밤바람 쐴 때. 아무도 안 보는데 코딩 공부 30분 했을 때. 이 방은 좁지만 내 공간이다. 누가 뭐라 안 한다. 청소 안 해도 혼나지 않는다. 밤새 게임해도 뭐라 안 한다. 부모님 집에 있을 때는 눈치 봤다. "너 방에서 뭐 하니?" "공부 좀 해라." "게임만 하냐?" 여기선 그런 말 없다. 그냥 내 마음대로다. 좁아도. 책상 앞에 앉아서 창밖을 본다. 맞은편 건물에도 불이 켜져 있다. 저 방에도 누군가 산다. 저 사람도 나처럼 월세 내고, 출퇴근하고, 피곤할까? 서울에는 이런 방이 몇 개나 될까? 좁은 원룸에서 혼자 사는 20대가 몇 명이나 될까? 다들 비슷하게 사나? 변하지 않는 일상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출근. 점심. 퇴근. 편의점. 침대. 반복이다. 계속 반복이다. 가끔 친구한테 전화가 온다. 대학 친구. "요즘 어때?" "응 그냥. 출퇴근 반복이지." "주말에 만날래?" "음... 다음에." 귀찮다. 나가기 귀찮다. 옷 입고 머리 감고 약속 장소까지 가는 게 귀찮다. 그냥 방에 있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 이게 번아웃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걸까? 사회초년생은 다 이런가? 선배한테 물어봤다. 조심스럽게. "형은... 퇴근하고 뭐 해요?" "운동하지. 헬스장 다녀." "매일요?" "응 거의.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 나는 운동할 기력도 없다. 회사에서 앉아만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집도 직장도 내 인생 어느 날 깨달았다. 이 원룸이 내 인생이구나. 좁다. 답답하다. 햇빛도 잘 안 든다. 근데 이게 현재 내가 가진 전부다. 회사도 비슷하다. 중소기업. 연봉 3400. 수습 기간. 일은 어렵고 모르는 건 많고 혼나는 건 무섭다. 근데 이게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6개월 부트캠프 나와서 취업할 수 있는 곳. 서류 20곳 넣고 면접 3곳 보고 붙은 곳. 더 좋은 회사? 나를 안 뽑았다. 더 좋은 집? 돈이 없다. 그래서 여기다. 이 원룸이고 이 회사다. 불만은 있다. 많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좁은 방에서 오늘도 모니터를 켠다. 내일은 강의 20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