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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Dec, 2025
PR 올릴 때마다 손이 떨리는 이유
오늘도 PR 올렸다 키보드 앞에 앉았다. 손가락이 떨린다. Create Pull Request 버튼이 초록색으로 빛난다. 클릭하면 끝이다. 그런데 못 누른다. 3일 동안 짠 코드다. 로그인 페이지 리팩토링. 선배가 "이거 좀 정리해봐" 했던 건데, 막상 열어보니 스파게티 코드였다. 일단 작동은 한다. 로컬에서 10번 테스트했다. 근데 확신이 안 선다. 뭔가 놓친 게 있을 것 같다.체크리스트를 본다 노션에 적어둔 체크리스트를 연다. 로컬 테스트 완료 콘솔 에러 없음 코드 주석 달기 커밋 메시지 확인 PR 템플릿 작성다 했다. 근데 또 본다. 3번째다. 테스트는 했다. 근데 엣지 케이스는? 내가 모르는 케이스가 있을 수도 있다. 콘솔 에러는 없었다. 근데 warning은 2개 있었다. 괜찮은 건가. 나중에 물어봐야지. 주석은 달았다. 근데 너무 많나. 선배가 "주석 달지 말고 코드로 설명해" 했던 게 기억난다. 3개 지웠다. 커밋 메시지는 "feat: refactor login page UI"다. 괜찮은 것 같다. 근데 refactor인가 fix인가. 또 헷갈린다. PR 템플릿은 채웠다. "변경 사항", "테스트 방법", "스크린샷" 다 넣었다. 근데 너무 길다. 줄였다. 또 너무 짧다. 다시 늘렸다. 손가락이 계속 떨린다.마우스를 올린다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렸다. 클릭만 하면 된다. 근데 못 한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PR 올린다 슬랙에 알림 간다 선배가 본다 코드리뷰가 달린다여기서 멈춘다. 코드리뷰가 뭐가 올라올까. "이거 왜 이렇게 짰어요?" 이런 거. "useEffect 여기서 쓸 필요 없는데?" 이런 거. "타입 좀 제대로 써요" 이런 거. 다 맞는 말이다. 근데 매번 들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내가 모른다는 걸 또 들키는 기분이다. 물 한 모금 마셨다. 손은 여전히 떨린다.클릭했다 에라 모르겠다. 눌렀다. 초록색 버튼이 회색으로 바뀐다. "Pull Request #247 created" 심장이 빨라진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슬랙을 연다. #dev-frontend 채널에 알림이 떴다. "이신입 님이 PR을 올렸습니다: feat: refactor login page UI" 선배 3명이 온라인이다. 누가 먼저 볼까. 5분이 지났다. 아무도 안 본다. 10분이 지났다. 김선배가 PR에 들어왔다. 빨간 점이 보인다. 손에 땀이 난다. 15분 지났다. 아직 코멘트 없다. 코드를 보는 중인가. 20분 지났다. 드디어 알림이 왔다. "Comment on your PR: 수고했어요. 몇 가지 코멘트 남겼습니다." 들어가본다. 코멘트가 7개다. 첫 번째: "여기 useState 초기값이 null인데 타입 명시 안 하셨네요" 맞다. 놓쳤다. 두 번째: "이 부분 조건문 중복인 것 같은데 함수로 빼면 어떨까요" 아. 그렇게 하는 거구나. 세 번째: "console.log 지워주세요" 아. 이런. 네 번째부터는 안 봤다. 일단 고쳐야 한다. 고친다 코멘트 하나씩 확인한다. useState에 타입 추가했다. useState<string | null>(null) 이렇게. 조건문은 validateInput 함수로 뺐다. 3줄이 1줄이 됐다. 깔끔하다. console.log 3개 지웠다. 디버깅할 때 찍어둔 건데 까먹었다. 나머지 4개도 다 고쳤다. 커밋 메시지는 "fix: apply code review feedback" 푸시했다. 다시 떨린다. 또 볼 건데. 또 뭐가 나올까. 30분 지났다. 김선배가 approve 눌렀다. "LGTM. 고생했어요" Looks Good To Me. 처음 봤을 땐 뭔 뜻인지 몰랐다. merge 버튼이 활성화됐다. 눌렀다. "Pull Request successfully merged and closed" 끝났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후련하다. 근데 또 복잡하다. 왜 떨렸을까 매번 이렇다. PR 올릴 때마다 손이 떨린다. 머지되고 나면 괜찮다. 근데 올리기 전이 제일 무섭다. 뭐가 무서운 걸까. 틀릴까 봐. 모르는 게 들킬까 봐. 또 혼날까 봐. 다 맞다. 근데 제일 큰 건 이거다. 내가 잘하는지 모르겠다. 3일 동안 짠 코드인데, 이게 맞는지 확신이 없다. 작동은 하는데 잘 짠 건지 모르겠다. 선배들은 보면 안다. 한눈에 본다. "여기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딱 집어낸다. 나는 모른다. 10번 봐도 모른다. 그게 무섭다. 코드를 올린다는 건 내 실력을 보여주는 거다. 숨길 수가 없다. "이 정도밖에 못 해요" 말하는 거랑 같다. 그게 떨리는 이유다. 그래도 올린다 근데 올려야 한다. 안 올리면 일이 안 된다. 코드는 혼자 짜는 게 아니다. 리뷰받아야 배운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10배 빠르다. 김선배 코멘트 보면서 배웠다. useState 타입 명시하는 거. 조건문 함수로 빼는 거. console.log 지우는 거. 다 당연한 거다. 근데 나는 몰랐다. 이렇게 하나씩 배운다. 3개월 전 내 PR이랑 지금 PR 비교하면 다르다. 코멘트가 15개에서 7개로 줄었다. 그래도 떨린다. 여전히 떨린다. 근데 괜찮다. 이게 배우는 과정이다. 손 떨리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안 올리는 게 부끄럽다. 내일도 PR 올릴 거다. 또 떨릴 거다. 그래도 올린다.오늘 PR 7개 코멘트. 다음엔 5개로 줄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