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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없음, 만들 여유도 없음

여자친구 없음, 만들 여유도 없음

여자친구? 그거 어디서 만들어요 오늘도 혼자 삼각김밥 점심시간이다. 12시 30분. 동료들은 짝 지어 나간다. "뭐 먹으러 가요?" 하면서. 나는 편의점이다. 항상. 참치마요 삼각김밥 2개, 바나나우유 1개. 5,300원. 구석 자리에 앉아서 유튜브를 본다. '리액트 useState 완벽 정리' 같은 거. 밥 먹으면서도 공부한다. 안 하면 불안하다. 15분 만에 먹고 사무실 복귀. 남은 시간에 블로그 글 하나 읽는다. 점심시간 1시간. 밥 15분, 공부 30분, 멍 15분. 이게 내 일상이다.퇴근은 8시, 집 도착은 9시 정시 퇴근은 신기루다. 6시 칼퇴는 선배들 눈치에 못 한다. 7시까지는 있어야 한다. 암묵적 룰. 실제로 일하는 건 아니다. 그냥 있는 거다. 코드 보는 척, 문서 읽는 척. 8시쯤 되면 선배가 "신입, 퇴근해" 한다. 그제야 가방 챙긴다. "수고하셨습니다" 10번 말하고 나온다. 지하철 40분. 집 도착 9시. 샤워하고 밥 먹으면 10시. 인프런 강의 켠다. '자바스크립트 딥다이브' 같은 거. 3시간짜리. 10분 보다가 졸린다. 핸드폰 만진다. 유튜브 쇼츠 본다. 정신 차리면 12시. 내일 또 9시 출근인데. 여자친구? 언제 만나요?주말도 공부다 토요일 오전 11시 기상. 일단 누워서 핸드폰 본다. 커뮤니티 글 읽는다. '신입 개발자 현실' 검색. 다들 나랑 비슷하다. 조금 위안된다. 점심은 배달. 치킨이나 중국집. 혼자 먹기 딱 좋은 거. 오후 2시. "오늘은 공부 좀 해야지" 다짐한다. 노트북 켠다. 유튜브 강의 재생. 30분 보다가 집중력 떨어진다. 디스코드 확인. 부트캠프 동기들 단톡. "야 너 요즘 어때" 누가 묻는다. "그냥 살아" 답한다. "ㅋㅋㅋ 나도" "ㄹㅇ" 다들 힘들다. 위로가 된다. 그러다 보면 저녁 7시. 강의는 30분 봤다. 6시간 날렸다. 일요일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월요일 아침. 또 출근. 주말에 뭐 했냐고 물으면 "그냥 쉬었어요" 한다. 사실은 쉰 것도 아니다. 그냥 있었다.소개팅 제안이 왔다 부트캠프 동기가 물었다. "신입아, 소개팅 할래?" 친구 회사 후배래. 26살 디자이너. "어... 나 요즘 바빠서" 했다. 거짓말이다. 안 바쁘다. 그냥 여유가 없다. 소개팅 나가면 뭐하냐.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3시간 쓴다. 돈도 5만원 든다. 그 시간에 강의 하나 듣는 게 낫다. 돈도 아낀다. 아니, 사실은 자신이 없다. 나 지금 매력적인 사람인가? 아니다. 연봉 3400만원. 부모님 집 전세 보증금 빌렸다. 취미도 없다. 코딩 공부가 취미다. 재미는 없다. 대화 주제도 없다. 요즘 본 영화도 없다. 드라마도 모른다. "회사 어때요?" 물으면 뭐라 답하나. "힘들어요" 하면 분위기 죽는다. "재밌어요" 하면 거짓말이다. 그냥 안 만나는 게 낫다. 상처만 준다. "다음에 할게" 했다. 동기는 "알았어" 했다. 더 안 물었다. 고맙다. 선배는 말한다 "신입 때 열심히 해야지.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해." 맞다. 안다. 그래서 매일 공부한다. 주말도 공부한다. 블로그도 쓴다. 깃허브도 관리한다. 커밋은 매일. 이력서에 쓸 프로젝트도 만든다. 토이 프로젝트. 혼자 만든다. "3년 차 되면 여유 생겨" 선배가 말한다. 3년. 2027년. 그때 되면 29살이다. 그때 연애하면 되나? 근데 다른 선배는 또 말한다. "3년 차도 바빠. 5년 차 돼야 진짜 여유 생겨." 5년 차면 31살이다. 그럼 언제 연애하나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여자 둘이 앉아있다. 20대 중반쯤. 손 잡고 있다. 커플이다. 남자가 여자 어깨에 기댄다. 여자는 웃는다. 부럽다. 나도 저러고 싶다. 누군가 손잡고 퇴근하고 싶다. 근데 현실은 혼자다. 지친 얼굴로 핸드폰 본다. 슬랙 메시지 확인한다. 내일 회의 있다. 자료 준비해야 한다. 집 가서 또 일해야 한다. 손잡을 여유가 없다. 마음의 여유도 없다. 지하철 내린다. 편의점 들른다. 컵라면 하나 산다. 1,500원. 집 가서 라면 끓인다. 노트북 켠다. 작업한다. 12시 넘어서 잔다. 내일 또 9시 출근. 이게 내 일상이다. 연애? 그거 어디서 하는 건가요. 커뮤니티에서 본 글 오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글 하나 봤다. "신입 때 연애 포기했습니다. 3년 공부만 했습니다. 후회 없습니다." 댓글 많았다. "저도요" "ㅇㅈ" "그게 답임" 근데 다른 댓글도 있었다. "30 넘으니까 만날 사람도 없더라" "연애 타이밍 놓치지 마세요" 뭐가 맞는 건가. 공부해야 하나. 연애해야 하나. 둘 다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체력도 없다. 퇴근하면 녹초다. 주말도 피곤하다. 누군가 만나서 대화하고 데이트하고 그럴 에너지가 없다.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하다. 편하다는 건 외롭다는 말이다. 근데 외로운 건 참을 만하다. 익숙해진다. 무서운 건 이게 계속되는 거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어머니의 전화 한 달에 한 번 전화 온다. 어머니. "밥은 먹냐" "회사 괜찮냐" 묻는다. "네 잘 먹어요" "회사 좋아요" 답한다. 거짓말이다. 편의점 삼각김밥 먹는다. 회사는 힘들다. 근데 진실 말하면 걱정하신다. 그러고 싶지 않다. "여자친구는?" 가끔 묻는다. "아직이요" 한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누구 소개해줄까?" 하신다. "괜찮아요 알아서 할게요" 한다. 알아서 할 거 없다. 만날 생각도 없다. 어머니는 아신다. 내가 거짓말하는 거. 그래도 더 안 묻는다. 고맙다. 전화 끊고 나면 좀 슬프다. 부모님한테 자랑할 게 없다. 여자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 보고하는 전화다. 언젠가는 자랑할 게 생길까. 여자친구 데려가서 "이 사람이에요"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아니다. 금요일 저녁 동기들이 물었다. "저녁 먹을래?" 오랜만이다. 다들 바쁘다. 삼겹살집 갔다. 4명. 다 신입 개발자들. 소주 시켰다. 3병 마셨다. 다들 푸념한다. "코드리뷰 스트레스 죽겠어" "선배가 무서워" "나 언제 제대로 하지" 공감한다. 다 같은 처지다. 그러다 누가 물었다. "너네 연애는?" 다들 웃었다. 쓴웃음. "시간이 없지" "돈도 없고" "나부터 잘해야지" 다 같은 답이다. "우리 30 넘으면 결혼 못 하는 거 아니야?" 누가 농담했다. 웃었다. 근데 웃을 일이 아니다. 진짜 그럴 수도 있다. 집 갔다. 취했다. 누웠다. 천장 본다. 생각한다. 나 언제쯤 여유로워질까. 여자친구 만들고, 데이트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너무 멀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언젠가는 된다고 믿는다. 3년 차 되면, 아니 5년 차 되면, 여유 생길 거다. 그때 만나면 된다. 천천히 하면 된다. 지금은 나를 키울 때다. 개발자로서, 사람으로서. 그렇게 믿는다. 믿고 싶다. 오늘도 출근한다. 코드 짠다. 공부한다. 내일도 그럴 거다. 모레도. 여자친구는 없다. 만들 여유도 없다. 근데 괜찮다. 아니, 괜찮아질 거다. 언젠가는.오늘도 혼자 삼각김밥이다. 내일도 그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