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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 09 Dec, 2025
쿠버네티스? 도커? 선배들 대화가 외계어처럼 느껴질 때
쿠버네티스? 도커? 선배들 대화가 외계어처럼 느껴질 때 회의실에서 오늘 전체 회의가 있었다. 팀장님이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쿠버네티스로 배포할 겁니다." 선배 A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커 이미지부터 만들어야겠네요." 선배 B가 덧붙였다. "CI/CD 파이프라인도 새로 구축해야 할 것 같은데요." 팀장님이 웃었다. "그래, 젠킨스로 할까 깃랩 러너로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른다.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메모장을 꺼냈다. 오늘 들은 단어를 적었다.쿠버네티스 도커 CI/CD 파이프라인 젠킨스 깃랩 러너6개다. 하루에 6개씩 모르는 단어가 생긴다. 일주일이면 30개. 한 달이면 120개. 도저히 못 따라간다. 점심시간 편의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샀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서 폰을 꺼냈다. '쿠버네티스'를 검색했다. 위키백과가 나왔다. "컨테이너화된 애플리케이션의 자동 배포, 스케일링 등을 제공하는..." 뭔 소리야. 유튜브를 켰다. '쿠버네티스 10분 만에 이해하기' 재생했다. 3분 듣다가 껐다. 더 모르겠다.'도커'를 검색했다. 블로그가 나왔다. "도커는 컨테이너 기반의 오픈소스 가상화 플랫폼입니다." 컨테이너? 가상화? 또 모르는 단어가 2개 생겼다. 메모장에 추가했다.컨테이너 가상화이러다 끝이 없다. 삼각김밥을 다 먹었다. 20분 남았다. 인프런을 켰다. 어제 듣던 리액트 강의를 재생했다. 3분 듣다가 졸았다. 오후 3시 슬랙에 메시지가 왔다. 선배 A였다. "신입님, PR 확인 부탁드려요." 깃허브를 열었다. 코드가 빼곡하다. 파일이 15개. Dockerfile이 있다. docker-compose.yml도 있다. 뭔지 모르겠다. 일단 'Approve' 버튼을 눌렀다. 선배가 바로 답장했다. "감사합니다 ㅎㅎ" 나는 'ㅎㅎ'로 답했다. 죄책감이 든다.선배 B가 옆자리에서 말했다. "도커 컴포즈 진짜 편하지 않아요?" 선배 A가 답했다. "그니까요, 로컬 환경 구축이 진짜 빨라졌어요." 나는 모니터만 봤다. 대화에 끼고 싶다.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퇴근 후 집에 왔다. 노트북을 켰다. 오늘 적어둔 단어들을 다시 봤다. 쿠버네티스부터 검색했다. 2시간 동안 글을 읽었다. 유튜브도 3개 봤다. 대충 이해했다.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도구. 여러 서버에 자동으로 배포. 그런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떻게 배포하는지도 모른다. 도커를 검색했다. 1시간 반 동안 글을 읽었다. 설치도 해봤다. Docker Desktop을 깔았다. 실행했다. 튜토리얼을 따라했다. 에러가 났다. "Cannot connect to the Docker daemon." 구글링했다. 30분 동안 삽질했다. 해결했다. 다시 튜토리얼을 따라했다. "Hello from Docker!" 출력됐다. 기분이 좋았다. 10분 정도. 그리고 생각했다. 이게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일주일 후 선배들이 또 회의실에 모였다. 팀장님이 말했다. "쿠버네티스 배포 잘 됐죠?" 선배 A가 답했다. "네, 헬름 차트로 정리했습니다." 헬름? 메모장을 꺼냈다. '헬름'을 적었다. 선배 B가 말했다. "프로메테우스 모니터링도 붙였어요."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도 적었다. 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라파나 대시보드는?" 그라파나? '그라파나'도 적었다. 3개가 또 생겼다. 지난주에 적었던 '쿠버네티스'를 아직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데 오늘 또 3개가 생겼다. 이거 평생 못 따라잡는다. 퇴근길 지하철 지하철에서 메모장을 봤다. 2주 동안 적은 단어가 47개다. 아는 건 5개 정도. 대충 아는 거까지 합쳐도 10개. 37개는 모른다. 검색해봤던 것도 있다. 쿠버네티스, 도커, CI/CD. 근데 다시 보니까 까먹었다. 결국 그냥 단어만 알고 있다. 무슨 뜻인지,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 집에 가서 또 공부해야 하나. 근데 내일 또 새로운 단어가 나온다. 끝이 없다. 동기 단톡방 밤 11시에 동기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너네 쿠버네티스 알아?" 3분 후에 답장이 왔다. "이름만 들어봤어." "그게 뭔데?" "왜 갑자기?"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조금 안심됐다. 그런데 또 생각했다. 우리 다 같이 모르면 어쩌지. 선배들은 다 아는데. 우리는 언제 알게 되는 거지. 3개월 차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메모장에 적힌 단어가 200개를 넘었다. 이제 포기했다. 다 알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냥 필요할 때 검색한다. 그때그때. 선배들 대화는 여전히 외계어다. "istio 설정 좀 봐주세요." "argocd로 배포 자동화했어요." "redis 클러스터 구축했습니다."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다. 가끔 아는 단어가 나온다. "도커 컨테이너 재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아, 도커. 그거 알아. 작은 성취감이 든다. 진짜 작은 거. 그리고 또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sidecar 패턴으로 구현할까요?" sidecar? 메모장을 꺼낸다. 끝이 없다. 정말 끝이 없다. 선배와의 대화 어제 선배 A가 물었다. "신입님, 요즘 뭐 공부해요?" 솔직하게 답했다. "선배님들 대화 따라가려고 메모하는데요, 너무 많아서..." 선배가 웃었다. "저도 그랬어요." "네?" "저도 신입 때 맨날 메모했어요. 쿠버네티스, 도커, 다 모르는 거." "그럼 언제 아셨어요?" "글쎄요. 딱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듣다 보니까." "계속 듣다 보니까요?" "네. 처음엔 단어만 알고, 그다음엔 뭔지 알고, 그다음엔 왜 쓰는지 알고. 그렇게." "얼마나 걸렸어요?" "1년? 2년? 근데 지금도 모르는 거 많아요." 선배도 모른다. 조금 위로가 됐다. 오늘도 오늘도 회의가 있었다. "GraphQL subscriptions로 실시간 통신 구현할게요." GraphQL은 안다. 대충 안다. API 쿼리 언어. subscriptions는 모른다. 메모했다. "그럼 Apollo Client 설정도 바꿔야겠네요." Apollo Client도 들어봤다. 뭔지는 모른다. 메모했다. 회의가 끝났다. 오늘도 2개가 추가됐다. 자리로 돌아와서 검색했다. 30분 동안. 대충 알았다. 내일이면 까먹을 것이다. 그리고 또 검색할 것이다. 이게 내 일상이다. 8개월 차 지금 지금은 입사 8개월 차다. 메모장은 버렸다. 200개 넘어갈 때. 이제 그냥 필요할 때 검색한다. 선배들 대화는 여전히 외계어다. 50%는 모른다. 근데 괜찮다. 30%는 안다. 3개월 전엔 10%도 몰랐다. 조금씩 늘고 있다. 아주 조금씩. 쿠버네티스? 아직도 잘 모른다. 써본 적도 없다. 도커? 로컬에서 MySQL 띄울 때 쓴다. 그것만 안다. CI/CD? 우리 회사 배포 프로세스는 안다. 이론은 모른다. 근데 됐다. 지금은 이 정도면 된다. 나중에 또 배운다. 필요하면. 지금은 리액트나 제대로 하자. useEffect 의존성 배열부터 확실하게. 신입 후배가 오면 언젠가 신입 후배가 올 것이다. 그럼 나도 선배가 된다. 회의 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번엔 도커로 배포할게요." 후배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그게 정상이다.메모장 200페이지 넘어갈 때 버렸다. 이제 필요할 때만 검색한다. 언젠간 나도 설명하는 선배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