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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의 모르는 용어들: 퇴근 후 인터넷 검색의 시작

메모장의 모르는 용어들: 퇴근 후 인터넷 검색의 시작

오늘도 메모장에 한 줄 추가 아침 회의. 팀장님이 말한다. "이번 스프린트에는 CI/CD 파이프라인 개선도 같이 진행합시다." 고개를 끄덕인다. 모른다. CI/CD가 뭔지도 잘 모른다. 대충 '자동으로 뭔가 되는 거'라고만 알고 있다. 책상으로 돌아와서 메모장을 연다. 노트북 왼쪽에 항상 놔두는 A5 노트. 연필로 적는다. "CI/CD 파이프라인" 오늘의 첫 번째 모르는 용어다. 아직 오전 10시다.점심 먹고 오면 더 늘어난다 오후 2시. 선배가 슬랙에 메시지를 보낸다. "이신입님, 이 API 레이트 리미팅 적용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무제한이라 서버 부하가 심해요." 읽는다. 세 번 읽는다. 뭔 소리인지 모른다. '레이트 리미팅'이 뭐지. 'API 제한' 같은 건가. 아닌가. 메시지에 👍 이모지를 누른다. 일단 '확인했다'는 의미.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메모장을 펼친다. "레이트 리미팅 (Rate Limiting?)" 두 번째 용어. 영어 스펠링도 맞는지 모르겠다. 오후 4시. 코드리뷰가 올라온다. 다른 팀 선배가 쓴 코드. "Redis 캐시 레이어 추가로 응답속도 30% 개선" 댓글이 달린다. "오 레디스 좋죠. TTL은 어떻게 설정하셨어요?" 나도 댓글을 단다. "좋네요!" TTL이 뭔지는 모른다. 레디스도 잘 모른다. 그냥 '좋네요'라고 쓴다. 메모장에 적는다. "Redis" "TTL" 네 개가 됐다. 하루가 아직 두 시간 반 남았다.퇴근길 지하철에서 미리보기 7시. 퇴근한다. 지하철에 앉는다. 메모장을 꺼낸다. 오늘 적은 용어를 센다. 총 7개다. 오후 5시에 회의 하나 더 있었다. 거기서 3개가 추가됐다.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로드 밸런싱" "gRPC" 마지막 건 선배가 "우리도 gRPC 도입하면 어떨까요"라고 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끄덕였다. 뭔지는 모른다. 휴대폰을 꺼낸다. 구글에 'gRPC'를 검색한다. "Google Remote Procedure Call..." 읽는다. 이해가 안 된다. 일단 북마크한다. 집 가서 다시 볼 것이다. 창밖을 본다. 어두워졌다. 지하철은 계속 간다.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회사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른다. 아니면 다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건가. 그것도 모르겠다. 집에 도착, 본격 검색 시작 8시 반. 집에 도착한다. 샤워하고 편의점 도시락 먹는다. 9시 20분. 노트북을 켠다. 메모장을 펼친다. 오늘의 용어: 7개. 일단 첫 번째부터. 'CI/CD'. 구글에 검색한다. "CI/CD란?" 블로그가 나온다. 10개 정도 탭으로 연다. 첫 번째 블로그: "CI/CD는 Continuous Integration과 Continuous Deployment의 약자로..." 읽는다. 이해가 반쯤 된다. "그러니까 코드 올리면 자동으로 테스트하고 배포하는 거?" 두 번째 블로그 연다. 그림이 있다. 파이프라인이 화살표로 그려져 있다.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 조금 더 이해된다. 50%에서 60%로. 노션을 연다. '오늘 배운 것' 페이지. 적는다. "CI/CD: 코드 푸시하면 자동으로 빌드/테스트/배포. GitHub Actions 같은 걸로 한다고 함." 한 줄 요약. 내일 또 까먹을 것 같지만 일단 적는다.두 번째 용어, 그리고 세 번째 '레이트 리미팅' 검색. "Rate Limiting, API 호출 제한 기법..." 읽는다. "1분에 100번만 호출 가능하게 막는다?" 블로그를 3개 더 읽는다. "express-rate-limit 라이브러리 쓰면 된다고?" npm 문서를 연다. 코드 예제가 있다. const rateLimit = require('express-rate-limit'); const limiter = rateLimit({ windowMs: 15 * 60 * 1000, max: 100 });복사한다. 노션에 붙여넣는다. "내일 출근하면 이거 적용해보자."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일단 시도는 해볼 것이다. 시계를 본다. 10시 반. 아직 5개 남았다. 'Redis' 검색.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읽는다.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RAM에 저장하는 DB?" 블로그를 더 찾는다. 그림이 있는 걸로. "캐시 용도로 많이 쓴다. 빠르다. 근데 서버 끄면 데이터 날아간다." 대충 이해했다. 70%쯤. 'TTL' 검색. "Time To Live. 데이터 유효기간." 이건 쉽다. "Redis에 데이터 넣을 때 '10분 후 자동 삭제' 이런 거구나." 노션에 적는다. 한 줄씩. 시계를 본다. 11시. 끝나지 않는 검색의 밤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검색. 어렵다.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컨테이너'부터 모른다. '도커 컨테이너란'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격리된 환경에서..." 읽는다. 이해가 30%. 유튜브를 연다. "도커 10분 정리" 영상. 본다. 12분짜리. "아, 가상머신 같은 건데 더 가볍다?" 다시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검색. "쿠버네티스가 대표적..." 읽는다. 그림을 본다. "여러 개 컨테이너를 자동으로 관리. 하나 죽으면 다시 살린다?" 대충 이해했다. 40%. 노션에 적는다.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쿠버네티스 같은 거. 컨테이너 여러 개 자동 관리. 나중에 제대로 공부 필요."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나중에 제대로 공부'. 언제 할지는 모른다. '로드 밸런싱' 검색. "서버 여러 대에 트래픽 분산..." 이건 비교적 쉽다. "사용자 요청을 여러 서버로 나눠서 처리. 한 서버에 몰리지 않게." 그림을 본다. 화살표가 여러 개로 갈라진다. 이해됐다. 80%. 노션에 적는다. 'gRPC' 검색. 어렵다. "Protocol Buffers를 사용하는..." 'Protocol Buffers' 검색. "구조화된 데이터 직렬화..." 포기한다. "일단 REST API보다 빠른 통신 방법." 이 정도로 적는다. 40% 이해. 시계를 본다. 자정. 메모장의 7개 용어를 다 찾아봤다. 내일은 또 다른 용어들 이불 속에 눕는다. 오늘 배운 것들을 떠올린다. CI/CD, 레이트 리미팅, Redis, TTL,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로드 밸런싱, gRPC.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된다. 뒤죽박죽이다. "내일 회의에서 또 뭐가 나올까." 걱정된다. 선배가 "이거 알죠?"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모른다고 하면 "이것도 몰라?" 소리 들을 것 같다. 안다고 하면 "그럼 이거 해주세요" 할 것 같다. 둘 다 싫다. 휴대폰을 든다. 노션을 연다. '오늘 배운 것' 페이지. 7개 용어가 적혀 있다. 각각 한두 줄씩. 이게 내 지식이다. 얕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늘었다. 내일은 또 메모장을 펼칠 것이다. 회의 중에, 슬랙 메시지 읽다가, 코드리뷰 보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몰래 적을 것이다. 그리고 퇴근 후에 또 검색할 것이다. "이게 개발자 공부구나." 학원에서는 안 가르쳐줬다. 실무에서 모르는 게 나오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 매일 새로운 용어. 매일 검색. 매일 노션에 한 줄씩. 3개월 뒤에는 조금 나아질까. 6개월 뒤에는 선배들 대화를 알아듣게 될까. 모르겠다. 일단 내일도 메모장을 챙겨야겠다. 눈을 감는다. 일주일 후 메모장 월요일. 메모장을 펼친다. 이번 주에 적은 용어들. 총 23개. 평균 하루 4개씩. "많네." 하나씩 읽어본다. "웹소켓, SSE, 폴링, 롱폴링, JWT, OAuth, CORS, CSP..." 머리가 아프다. 다 검색했다. 다 노션에 적었다. 근데 오늘 회의에서 'OAuth'가 또 나왔다. "어? 이거 저번 주에 찾아봤는데." 기억이 안 난다. 노션을 연다. 찾는다. "OAuth: 구글 로그인 같은 거. 토큰 기반 인증." "아, 맞다." 다시 기억난다. 50%. 검색했던 블로그를 다시 연다. 또 읽는다. "한 번 찾아보는 걸로는 안 되는구나." 여러 번 봐야 한다. 실제로 써봐야 한다. 근데 실제로 쓸 일은 언제 올까. 선배가 시켜야 한다. 그래야 해본다. 스스로 하기에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달 후 변화 입사 9개월차. 메모장을 펼친다. 이번 달에 적은 용어: 67개. "진짜 많네." 근데 신기한 게 있다. 지난달에 적었던 용어가 또 나온다. 'Redis' 세 번째 등장. 이제는 검색 안 해도 안다. "인메모리 캐시. TTL 설정 가능. 빠름." 회의에서 나와도 끄덕일 수 있다. 진짜로 이해하고. 'CI/CD'도 이제 안다. 직접 GitHub Actions 설정해봤다. 선배가 시켜서. 에러 10번 나고 성공했다. "이제 알겠다. 이게 CI/CD구나." 메모장에 적었던 용어들이 하나씩 지워진다. 아니, 지우는 건 아니고. 체크 표시를 한다. ✓ CI/CD ✓ Redis ✓ 레이트 리미팅 체크된 게 17개. 아직 50개 남았다. 근데 괜찮다. 한 달 전보다는 늘었다. 메모장의 의미 메모장을 덮는다. 이제 이 메모장이 내 공부 기록이다. 모르는 게 나오면 적는다. 퇴근 후 찾아본다. 노션에 정리한다. 며칠 후 또 나오면 다시 본다. 몇 번 반복하면 외워진다. 이게 내 공부법이다. 학원에서는 커리큘럼이 있었다. "오늘은 이거 배웁니다." 정해져 있었다. 회사는 다르다. "이거 해주세요." 모르면 내가 찾아야 한다. 메모장이 내 커리큘럼이다. 오늘 적힌 용어가 오늘의 공부 주제. 무작위다. 체계적이지 않다. 근데 이게 실무다. 필요한 걸 필요할 때 배운다. 깊이는 얕다. 넓이는 넓어진다. 3개월 전보다 아는 게 많아졌다.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지만.내일도 메모장을 챙긴다. 오늘은 3개 적었다. 내일은 몇 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