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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로
- 27 Dec, 2025
입버릇 '아... 네네'로 버티는 시간들
입버릇 '아... 네네'로 버티는 시간들 오전 10시, 회의실 "이신입씨, 이 부분 이해됐어요?" "아... 네네." 거짓말이다. 하나도 모른다. 선배가 15분간 설명한 건 Redux Saga였다. Redux도 겨우 쓰는데 Saga는 뭐지. 제너레이터 함수? yield? 대학교 때 C언어 배웠는데 그것도 잘 모른다. 회의실 나오면서 손에 땀이 났다. 노트에는 'Redux Saga 찾아보기'라고만 적혀 있다. 뭘 찾아봐야 하는지도 모른다.입버릇의 탄생 입사 첫 주였다. "리액트 훅 알죠?" "네." "useCallback이랑 useMemo 차이 아시죠?" "네." 둘 다 거짓말이었다. 부트캠프 때 들어는 봤다. 써본 적은 없다. 그때부터 '아... 네네'가 시작됐다. 모른다고 하면 뭐라고 할 것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입사했어?'라는 눈빛이 무서웠다. 2개월 차에 팀장이 물었다. "API 설계 괜찮아요?" "아... 네네." REST API가 뭔지는 안다. POST, GET 정도. 근데 설계? 뭘 봐야 하는지 모른다. 일단 '네'부터 하고 본다. 3개월 차엔 더 심해졌다. "타입 가드 써봤죠?" "아... 네네." 타입스크립트도 겨우 쓴다. any 떼고 string 붙이는 게 전부다. 타입 가드는 검색해도 이해가 안 됐다. 점심시간의 검색 편의점 샌드위치 뜯으면서 핸드폰을 켠다. 'Redux Saga 뭔가요' '타입 가드 쉽게' 'useCallback 언제 써요' 검색 기록이 다 이렇다. 블로그 10개를 봐도 모르겠다. 설명은 친절한데 내 머리가 안 따라간다. 유튜브를 켠다. "Redux Saga 10분 정리". 재생한다. 5분 만에 포기한다. 빠른 이해가 목표인 영상인데 나는 느리다. ChatGPT한테 물어본다. "Redux Saga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 답변은 길다. 읽다가 졸린다. 복붙해서 노션에 저장한다. 나중에 보겠지. 안 본다.오후 3시, 코드 리뷰 PR을 올렸다. 30분 뒤에 댓글이 달렸다. "이 부분 useMemo로 최적화하면 좋을 것 같아요" "props drilling 심한데 context 쓰는 게 어때요" "이 로직 custom hook으로 분리해보세요"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댓글을 단다. "아 네네 수정하겠습니다!" 느낌표까지 쳤다. 긍정적으로 보이려고. 사수가 슬랙 DM을 보냈다. "useMemo 어떻게 쓸지 아시겠어요?" "네 찾아보겠습니다" 거짓말이다. 찾아봐도 모를 거다. 일단 시간을 번다. 내일 물어보면 또 '아... 네네' 할 거다. 저녁 7시, 혼자 남은 자리 동기들은 퇴근했다. 나는 남았다. 오늘 받은 피드백을 고쳐야 한다. useMemo 공식 문서를 켠다. 영어다. 번역기 돌린다. 한국어인데도 모르겠다. 유튜브를 다시 켠다. "useMemo 5분 정리". 본다. 이해가 안 된다. 코드를 따라 친다. 에러가 난다. console.log를 찍는다. 10개 찍는다. 뭐가 문젠지 모른다. 선배 코드를 복붙한다. 돌아간다. 이해는 못 했다. 일단 커밋한다. 커밋 메시지: "refactor: useMemo 적용" 거짓말이다. 리팩토링이 뭔지도 모른다.퇴근길, 지하철 안 오늘도 '아... 네네'로 버텼다. 몇 번이었을까. 세어보지 않았다. 10번? 15번?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없어서? 아니다. 오히려 시간은 더 걸린다. 혼자 헤매니까. 창피해서? 맞다. 이게 맞다. '그것도 모르세요?' '그럼 왜 리액트 할 줄 안다고 했어요?' '이 정도는 알고 입사하는 건데' 이런 말 들을까 봐 무섭다. 근데 웃긴 건, 어차피 나중에 들킨다는 거다. 코드 보면 다 티가 난다. useMemo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그냥 붙였다는 게. 밤 11시, 원룸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본다. 내일도 회의가 있다. 또 모르는 게 나올 거다. 또 '아... 네네' 할 거다. 언제까지 이럴까. 수습 기간 3개월. 이제 1개월 남았다. 평가 항목에 '기술 이해도'가 있다. 망했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을 켠다. "너네 회사에서 모르는 거 나오면 어떻게 해?" 답장이 온다. "나도 그냥 네네 하고 나중에 몰래 찾아봄 ㅋㅋ" "ㅇㅈ 물어보기 무서움" "선배들 바빠 보여서 미안해서 못 물어봄" 다들 나랑 똑같다. 근데 이게 답은 아니다. 알고 있다. 금요일 오후, 1on1 팀장이 말했다. "요즘 어때요?" "아... 네네 괜찮습니다." 또 이거다. 팀장이 웃었다. "신입씨 입버릇이 '아 네네'더라고요. 회의 때마다." 들켰다. 얼굴이 빨개졌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요. 다들 그렇게 배웠어요." "아... 네네." 또 했다. 팀장이 다시 웃었다. "지금도 했잖아요." 바뀐 것들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사수가 Redux Saga 설명을 시작했다. 3분 지났다. 모르겠다. 손을 들었다. "저... 제너레이터 함수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심장이 뛰었다. 사수가 대답했다. "아 그거요?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보통 그래요." 10분 더 설명을 들었다. 조금 이해됐다. 완벽하진 않다. 근데 '아... 네네'보다는 낫다. 수요일에는 코드 리뷰에서 물었다. "useMemo를 왜 여기 쓰는 게 좋은 건가요?" 선배가 답했다. "이 연산이 무거워서요. 리렌더링마다 다시 계산하면 느려져요." "아 렌더링 될 때마다요?" "네 맞아요." 이해했다. 완전히는 아니다. 근데 어제보단 낫다. 한 달 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어제는 Recoil이 뭔지 몰랐다. 오늘은 SSR이 헷갈렸다. 근데 '아... 네네'는 줄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물어보는 게 익숙해졌다. 부끄럽긴 하다. 근데 혼자 3시간 헤매는 것보단 낫다. 선배가 말했다. "신입 때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예요. 우리도 다 그랬어요." 믿기지 않는다. 이 선배도 useEffect 몰랐을까. Redux 몰랐을까. 근데 생각해보면 맞다.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다. 지금 여전히 어렵다. 오늘도 GraphQL이 뭔지 몰라서 30분 헤맸다. 근데 이젠 안다. 30분 헤매면 물어보면 된다는 걸. '아... 네네'로 3시간 버티는 것보다, '죄송한데 이거 모르겠는데요' 5분이 낫다. 부끄럽다. 맞다. 근데 더 부끄러운 건, 모르는 걸 숨기고 결국 들키는 거다. 입버릇은 안 바뀐다. '아... 네네'는 아직도 나온다. 근데 횟수는 줄었다. 조금씩이다. 천천히다. 근데 분명히 줄고 있다.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모른다고 말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