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인프런: 10분 강의, 10분 수면
- 07 Dec, 2025
오늘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퇴근했다. 7시 50분. 회사에서 원룸까지 30분. 지하철에서 서서 왔다. 앉으면 잔다.
문 열고 들어왔다. 책상 위에 어제 켜놨던 노트북. 인프런 강의가 일시정지 상태다. 12분 23초에서 멈춰있다. 어제도 못 봤다는 뜻이다.
오늘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도 생각했다. ‘오늘은 최소 1시간은 본다. React 훅 제대로 이해한다. useEffect 의존성 배열 완벽하게 이해한다.’
씻었다. 편의점 도시락 데웠다. 3900원짜리 제육볶음.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밥 먹고 바로 시작한다. 30분만 쉬고.’

30분이 1시간이 되는 법칙
침대에 누웠다. 30분만. 유튜브 쇼츠 켰다. 개발 관련 영상이다. 공부다. 이건 공부의 일부다.
쇼츠가 20개 지나갔다. 시계를 봤다. 8시 40분. 50분이 지났다.
일어났다.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인프런을 켰다. 내 강의 목록이 보인다.
- “React 완벽 가이드” - 진도율 14%
- “TypeScript 기초부터” - 진도율 8%
- “클린코드 실전” - 진도율 3%
- “JavaScript 심화” - 진도율 22%
다 돈 주고 샀다. 총 27만원. 할인할 때 샀다고 했지만 27만원이다. 부모님한테 용돈 받은 돈으로 샀다. 명절 때.
오늘은 React를 본다. 클릭했다. 로딩됐다. 강사 얼굴이 나온다. 밝은 목소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나도 안녕하세요. 근데 좀 피곤하긴 하다.

10분의 전투
재생했다. 1.5배속이다. 1배속으로 들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1.5배속도 느린 것 같은데 2배속은 못 알아듣는다.
“오늘은 useEffect의 의존성 배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이거다. 내가 모르는 거다. 집중한다. 메모장을 켰다. 필기한다.
“의존성 배열은…”
눈이 감긴다. 아니다. 떴다. 계속 본다.
”…배열 안에 들어가는 값이 변경될 때마다…”
고개가 앞으로 간다. 아니다. 다시 든다. 커피를 마신다. 아까 편의점에서 산 아메리카노. 식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존성 배열을 비워두면…”
3분 지났다. 아직 7분 남았다. 할 수 있다.
화면을 본다. 코드가 나온다. 따라 친다. VSCode를 켰다. 새 파일을 만들었다. test.jsx. 강의 코드를 따라 친다.
useEffect(() => {
}, [])
입력하다가 멈췄다. 뭘 치는 거였지. 강의를 다시 돌렸다. 10초 전으로.
”…여기서 console.log를 찍어보면…”
아 맞다. console.log. 쳤다.
useEffect(() => {
console.log('마운트')
}, [])
눈이 또 감긴다. 안 된다. 일어났다. 스트레칭했다. 제자리에서 10번 뛰었다. 다시 앉았다.
강의는 계속 재생 중이다. 5분 지났다. 강사는 계속 말한다. 밝게.
“이해되셨나요? 그럼 이제…”
이해 안 됐다. 근데 계속 간다.

침대가 부른다
7분 지났다. 3분 남았다. 할 수 있다. 거의 다 왔다.
근데 침대가 보인다. 책상 바로 옆이다. 원룸이니까. 1.5미터 거리다.
이불이 보인다. 푹신해 보인다. 아까 누웠을 때 기억이 난다. 좋았다.
강의는 계속된다. “…dependency array의 두 번째 활용법은…”
dependency array. 의존성 배열. 알아들었다. 이 정도면 됐다. 오늘 뭔가 배운 것 같다.
8분.
“잠깐만 눈 붙이고 다시 보면 되지 않나.”
이 생각이 들면 끝이다. 알고 있다. 근데 생각이 들었다.
“10분만. 타이머 맞추고.”
핸드폰을 들었다. 타이머 10분. 시작.
침대로 갔다. 누웠다. 이불을 덮었다.
노트북에서 강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중요하구나. 근데 눈이 감긴다.
“10분만. 10분 후에 일어나서 다시 본다.”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알람이 울렸다. 7시.
일어났다. 책상을 봤다. 노트북이 켜져 있다. 화면보호기가 떠 있다.
핸드폰을 봤다. 타이머가 7시간 전에 울렸다. 못 들었다.
노트북을 깨웠다. 인프런 화면이다. “이 영상이 도움이 되셨나요?” 팝업이 떠 있다.
강의는 끝까지 재생됐다. 나는 10분 보고 잤다.
진도율을 봤다. 14%에서 15%가 됐다. 1% 올랐다.
오늘 출근하면 또 선배한테 useEffect 질문 들어올 것 같다. 모른다고 해야 한다. 또.
씻으러 갔다. 거울을 봤다. “오늘 저녁엔 진짜 본다.”
어제도 했던 말이다. 그제도 했다.
27만원의 무게
출근길 지하철이다. 선 채로 간다.
핸드폰으로 인프런 앱을 켰다. 내 강의 목록을 본다. 진도율들을 본다.
계산했다. 평균 진도율 11.75%. 총 결제금액 27만원. 본 만큼 나누면 약 3만원어치 봤다.
24만원이 날아갔다.
아니다. 아직 안 날아갔다. 강의는 거기 있다. 내가 안 본 것뿐이다.
“오늘은 진짜 본다.”
옆 사람이 쳐다본다. 혼잣말했다.
회사 도착했다. 9시 8분. 자리에 앉았다. 슬랙을 켰다.
선배가 멘션을 날렸다. “@이신입 어제 말한 거 useEffect로 처리 가능할 것 같은데 한번 해볼래요?”
심장이 뛴다.
“네 해보겠습니다.”
검색했다. “useEffect 사용법”. 또.
어젯밤 10분 들은 강의가 떠오른다. 뭐라고 했더라. dependency array가… 뭐라고 했지.
기억 안 난다.
유튜브를 켰다. “useEffect 5분 정리”. 영상을 봤다. 5분짜리는 본다. 안 졸린다.
이해했다. 코드를 짰다. 돌아간다.
PR을 올렸다. 선배가 approve 했다. “굿!”
기분이 좋다.
근데 생각한다. ‘어젯밤에 10분만 더 봤으면 유튜브 안 찾아봐도 됐을 텐데.‘
오늘 저녁 계획
점심시간이다. 편의점에 갔다. 삼각김밥 두 개. 2600원.
먹으면서 생각한다. 오늘 저녁 계획.
‘퇴근하고 씻고. 밥 먹고. 바로 책상 앞에 앉는다. 침대는 쳐다도 안 본다. 1시간 본다. 무조건.’
동기한테 카톡이 왔다. “너 요즘 공부 어떻게 해?”
“강의 듣는데 잘 안 돼ㅠ”
“나도ㅠㅠ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
“인정… 근데 해야 하는데”
“ㅇㅈ… 주말에 하자”
주말. 토요일. 11시에 일어난다. 점심 먹는다. 오후 2시. ‘저녁 먹고 하지.’ 저녁 먹는다. 7시. ‘소화 좀 시키고.’ 9시. ‘내일 하자.’ 일요일도 똑같다.
알고 있다. 주말에 안 한다는 거.
그래도 말한다. “ㅇㅇ 주말에 몰아서 하자”
“ㅇㅋㅇㅋ”
안 될 거다. 우리 둘 다.
삼각김밥을 다 먹었다. 편의점 커피를 샀다. 1500원. 오늘 세 번째 커피다.
자리로 돌아왔다. 오후 업무 시작이다.
선배가 또 말했다. “신입아 이거 보면 state 관리 로직이…”
모르는 말이 나온다. 고개를 끄덕인다. “네네.”
퇴근까지 5시간. 오늘은 정시 퇴근이다. 6시.
‘오늘은 진짜 공부한다.’
어제도 한 생각이다. 그저께도.
내일도 할 것 같다.
인프런 강의가 14개다. 총 금액 60만원. 평균 진도율 9%. 오늘도 10분 볼 거다. 내일도.
